"연말·연초, 협력할 객관적 요인 증대"
코로나 백신으로 남북미 관계 '물꼬' 가능성
바이든, 이력·여건상 북미대화 추진 관측
"'촉진자' 한국에게 새로운 기회될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 노선과 관련해 갖가지 추측이 쏟아지는 가운데,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에서 향후 정세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9일 올해 연말과 내년 초 남북미 3개국이 "대화·협력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요인들이 증대될 일만 남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이 해당 시점을 전후해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계기로 3국 관계가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방역을 명분으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을 서해상에서 총살하고, 국경을 봉쇄하는 등 '극단적 방역'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치료제·백신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해당 당국자는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하지만 치료제나 백신이 만약 개발된다면 그 이전 상황과 이후 상황은 많이 다르지 않겠느냐"며 "흐름상 연말·연초를 거치며 (백신·치료제 개발을 계기로) 조금 더 나은 관계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구상해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를 중심으로 보건·의료 협력 분야 등에 대해서 실질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과정을 밟아보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공무원 총살 사건과 관련해 "(북측이) 우발적이라고 이야기한다 해도 그렇게 죽음으로까지 내몰 수 있는 것이냐에 대한 강한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지속·발전시키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며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지금까지 (통일부가)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 협력의 상징인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북측이 일방적으로 폭파한 데 대해서는 "그 문제를 아무 일 없었던 듯 덮고 지나갈 생각은 없다"면서도 "우리는 평화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작은 걸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과정으로 치유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당국자는 '포괄적 치유 방안'으로 연락사무소 상위 개념인 △상주 대표부 설치 △무역연락소 설치 등을 언급했다. 사실상 '책임 추궁'보단 '보상'을 주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韓, 北이 일관되게 요구해온
'단계적 비핵화' 카드로 美 설득 나서나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노선에 대해서도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바이든 당선인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했다는 '개인적 이력'과 북핵 개발 진전·대북제재 영향 등의 '환경적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보다는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관여 노선'을 채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핵의 미 본토 위협 가능성이 사실상 증명된 상황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해결을 강조해온 바이든 당선인이 북한을 외면하기보단 외교적 접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해당 당국자는 바이든 당선인이 '핵 군축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합의는 포괄적으로, 이행은 단계적으로 하자는 우리(한국) 접근 방법과 일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꽤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일관되게 요구해온 '단계적 비핵화' 필요성을 한국이 나서서 미국에 설명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22일 대선 TV토론회에서 "핵 능력 축소에 동의한다는 조건에서만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면서도 "반드시 핵 없는 한반도가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후보가 '핵 없는 한반도'와 '핵 능력 축소'를 정상회담 조건으로 거론한 것은 '바텀업(Bottom-up) 접근'과 '단계적 비핵화'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평가다. 이는 실무진 간 협의를 바탕으로 '비핵화 로드맵' 등 일정 수준의 합의를 이룬 뒤, 정상회담을 가져 핵 군축 등 '중간단계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실무진 협의를 추진하더라도 실무진 재량권이 부족한 북한 체제 특성상 협상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북미 간 불일치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렇게 때문에 중간에 어떤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 게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조율해 가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