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현대, 2009년 SK만이 리버스 스윕
소위 '미치는 선수' 등장해야 뒤집기 가능
더 이상 뒤를 돌아볼 수 없다. 탈락 위기에 몰린 KT 위즈가 남은 경기서 ‘올인 작전’이 불가피해졌다.
KT는 10일 고척스카이돔서 벌어진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대결에서 1-4 완패했다.
2패에 몰린 KT는 이제 한 번만 더 패할 경우 그대로 올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반면, 먼저 2승을 거둔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이어 포스트시즌 8연승을 내달리며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위용을 과시하는 중이다.
KT가 남은 경기를 모두 승리하고 극적으로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잡을 확률은 지난 플레이오프 사례를 비춰봤을 때 12.5%에 불과하다.
5전 3선승제로 치러진 역대 플레이오프서 특정 팀이 1~2차전을 모두 잡았던 사례는 총 16차례다. 이 중 무려 14개 팀이 시리즈 최종 승자가 되며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획득한 바 있다.
기적을 써냈던 두 팀은 1996년 현대 유니콘스(vs 쌍방울)와 2009년 SK 와이번스(vs 두산)뿐이다.
1996년 현대는 정규 시즌 2위에 올라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올랐던 ‘돌격대’ 쌍방울 맞아 시리즈 초반 고전했으나 이후 뒤집기에 성공하며 KBO리그 첫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2009년 SK 역시 극적인 시리즈를 연출했다. 3년 연속 가을야구서 라이벌 두산과 만난 SK는 현대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패했으나 나머지 3경기를 모두 잡아내며 천적 관계를 유지했다.
KT가 1996년 현대, 2009년 SK와 같은 기적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소위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
실제로 2009년 SK의 경우 ‘가을 사나이’ 박정권이 매 경기 맹타를 휘두르며 타선에 힘을 불어넣었고 시너지 효과가 선수단 전체에 퍼지면서 역전극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또 하나 기댈 구석은 1~2차전이 2009년과 똑같은 흐름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당시 두산은 SK와의 문학 원정 1차전서 3-2로 승리했고 2차전서도 4-1로 이겼다. 이번 두산과 KT의 1~2차전 스코어와 딱 맞아 떨어진다. 역사가 반복된다면 KT의 뒤집기도 가능해진다.
KT는 포스트시즌 첫 참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2경기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으레 겪는 어이없는 실수도 보이지 않았고 이강철 감독의 경기 운영은 오히려 베테랑다운 모습이었다.
반전드라마를 집필하기 위한 마지막 요소는 바로 분위기다. 2패를 했다고 처질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도전하는 자세로 3차전에 임한다면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