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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이도현 "빨리 찾아온 주연의 기회, 처음엔 웃지 못했다"


입력 2020.11.15 01:00 수정 2020.11.14 21:2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위에화 엔터테인먼트

배우 이도현의 성장을 발견할 수 있었던 두 달이었다. JTBC '18 어게인'은 쌍둥이 고등학생 자녀를 둔 아빠가 고등학생 신분으로 돌아가 가족의 몰랐던 이면을 살피며 소중함을 느끼는 이야기다. 이 중심에 선 이도현은 첫 주연작이었지만, 안정적인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들으며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이도현은 '18 어게인'을 많이 배우고 느낀 작품이라고 돌아봤다. 연기적으로는 스스로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연기 위주로 보게 되더라고요. 제 스스로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다시 돌아가서 해도 순간에 몰입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 때보다 더 잘 할 자신은 없어요."


이도현은 2018년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로 데뷔해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호텔 델루나', '드라마스페셜-스카우팅 리포트'를 거쳐 다섯 번째 작품 만에 주연 배역을 따냈다. 너무 빠르게 찾아온 주연 기회에 긴장감과 부담감을 느꼈지만, 책임감으로 치환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이렇게 빨리 주인공을 할지 몰랐어요. 열심히 연기하다가 군대도 다녀오고 성숙하고 남자다워진 모습을 보여드리는게 제 큰 목표였어요. 이 과정으로 가는 길목에 주인공을 할 수 있다란 기회가 생겨 얼떨떨했죠. 배우라면 모두가 주인공을 꿈꾸잖아요. 막상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웃지 못했어요. 긴장감 80%, 설렘 20%였어요. 지금까지 다른 주연들이 잘해왔던걸 옆에서 봤기 때문에 과연 나도 할 수 있을까 싶었죠."


하병훈 PD는 '호텔 델루나'에서 이도현의 모습을 보고 미팅을 제안했다. 이후 이도현의 목소리에 더욱 호감을 느껴 그를 캐스팅 했다. 이도현은 하병훈 PD와의 작업을 통해 섬세함과 책임감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돌아봤다.


"감독님이 굉장히 디테일하고 욕심도 많으세요. 특히 힘들지만 내색하지 않는 분이셨어요. 배우들은 자기 촬영이 아니면 쉴 수가 있는데, 감독님은 편집, 음악 컨텍도 다 직접 하는데 힘든 티를 내지 않는다는게 신기했어요. 사람이라면 은연 중에 피곤할 기색이 드러나잖아요. 한 번은 여쭤봤더니 자기가 힘들어하면 스태프들도 쳐질테니 표현하지 않고 이겨낸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께 책임감을 한 번 더 배웠어요."


이도현은 '18 어게인' 고우영을 연기하며 최대한 윤상현과 비슷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윤상현의 말투, 걸음걸이, 자세를 관찰하고 연구했고, 시청자로부터 '윤상현과 비슷하다'란 말을 들을 때마다 자신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된 것 같아 기뻤다.


"윤상현 선배님과 같은 사람으로 안보이면 이질감이 느껴질 것 같아서 연기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서도 1부에 편의점에서 바뀌고 처음 등장하는 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리딩을 많이 했어요. 윤상현 선배님은 많은 장면들의 대사를 녹음해주셨어요."


ⓒ위에화 엔터테인먼트

이도현은 현장과 일상을 분리하지 않는 배우다. 캐릭터를 보통의 일상에서도 대입하며 최대한 자연스러움이 카메라에 묻어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식도 없는 20대 청년의 배우는, 고등학생 자녀를 둔 아빠의 마음을 처음부터 이해하고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일상에서도 김하늘, 려운, 노정의를 가족으로 생각하며 고우영의 마음을 살피려했다.


"감독님께서 자식이 아픈 감정은 강아지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느끼는 감정의 백배라고 예를 들어주셨어요. 그 점을 참고해서 연기하기도 하고, 평상시에 김하늘 선배님을 정말 와이프처럼 보려고 했어요. 노정의와 려운에게도 촬영 외 사석에서도 잔소리를 많이 했어요. 그 친구들은 괴로웠겠죠.(웃음)"


이도현은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으로 시우(려운 분)과 첫 농구 시합에 나서는 장면을 꼽았다. 이 장면에서 고우영은 손자 농구 시합을 관전하러 온 아버지(이병준 분)에게 자신이 사실 홍대영(윤상현 분)이었음을 고백한다.


"제 아들이 저에게 처음으로 포옹을 했고, 그 힘을 받아 나의 아버지와 오해를 풀게되잖아요. 그런 감정들을 이어 촬영할 수 있어서 감정몰입이 됐던 것 같아요. 만약에 조금 떨어져 있는 설정이었다면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반면 아쉬웠던 장면은 아기 시아(노정의 분)에게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렸을 때다. 일하다가 딸에게 처음으로 아빠란 단어를 들었을 때의 벅차오름을 조금 더 깊게 이해했다면 더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었을 거라고 털어놨다.


"아예 초반에 촬영해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웠어요. 그 때 카메라 감독님도 딸이 있으셔서 처음으로 아빠란 소리를 들으면 어떨 것 같냐고 물으니 바로 눈물이 고이면서 주체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 장면을 후반에 찍었다면 조금 더 뭉클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워요.많은 감정을 느끼고 배워가요."


이도현에게 주연이란 무게 외에 또 하나의 산은 선배 김하늘과의 멜로였다. TV로만 봐왔던 김하늘과 함께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멜로를 연기해야 하는 현실은 조금 더 그를 채찍질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김하늘의 배려에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선망하던 대선배와 연기한다는 게 정말 떨리고 긴장되더라고요. 선배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해갔어요. 그런데 선배님과 함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해요. 준비한걸 하지 않아도 연기하는걸 받다보면 자연스럽게 리액션이 나오더라고요. 이런게 연륜인가 싶었죠."


'18 어게인'을 끝낸 지금, 이도현은 자신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 아직은 낯설다. 하지만 이같은 관심을 받는 것이 감사한 일이란 건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배우로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사람 살리는 배우가 되자'가 제 신념입니다. 앞으로 연기나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드리고 싶어요. '18 어게인'이 그런 면에서 제게 뜻깊은 작품이었습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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