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대출이자수익 1년 새 64% 늘어난 2913억원…역대 최대치
예탁금이용료는 58% 급감한 247억원 지불…"금리산정 공개 필요"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대출이자 수익을 거뒀다. 개인 투자자들이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매하는 이른바 '빚투'를 급격하게 늘린 결과다. 반면, 투자자가 맡긴 돈을 의미하는 예탁금 역시 사상 최대치로 늘어났음에도 증권사가 이를 빌려 쓰고 지불한 금액은 역대 최저치로 낮아졌다. 일각에선 이 같은 금액 차이가 증권사가 내부적으로 이자율을 결정하는 시스템에서 시작된 만큼 금리 산정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28개 증권사의 올해 3분기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총 2913억7886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67억5269만원 대비 64.8%(1146억2617만원) 늘어난 수치로 분기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증권사별로 미래에셋대우가 1년 새 67.8%(187억5371만원) 늘어난 463억8122만원으로 가장 큰 이자수익을 시현했다. 이어 삼성증권(404억5216만원) NH투자증권(388억3222만원), 키움증권(378억3340만원) 등 순이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역대급 이자수익을 거둔 이유는 올해 들어 개미들의 '빚투'가 크게 늘어서다. 실제로 지난 9월 말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6조3505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의 8조8801억원 대비 84.1%(7조4704억원) 급증한 규모다. 또 증권사들이 시장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내리지 않는 점도 이자수익 증대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난 7~8월 동안 올해 28개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평균금리는 8.6%에 달했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시장금리는 하락했다는 점이다. 시장금리 지표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각국 정부의 재정완화정책 여파로 지난 7월 31일 역대 최저치인 0.796%까지 떨어졌다. 아울러 은행권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만기 금융채(AAA) 금리도 지난 7월 30일 1.275%까지 떨어지면서 5대 은행권 신용대출금리도 1.74∼3.76% 수준까지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8%에 달하는 고금리를 신용거래융자에 적용해온 셈이다.
반면, 투자자가 주식 거래를 위해 맡긴 돈인 예탁금을 이용하고 증권사가 지불한 금액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8개 증권사의 올 3분기 예탁금 이용료는 247억2742만원으로 전년 동기 592억3723만원보다 58.2%(345억981만원) 급감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예탁금 규모가 올해 9월 말 53조8801억원으로 1년 새 120.3%(29조4232억원) 폭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음에도 기준금리와 연동한 0.1%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적용하는 금리가 서로 다른 이유는 상품 이자율을 결정하는 기준금리가 달라서다. 각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 자금을 한국증권금융에서 빌리거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기자본에서 조달해 사용한다. 증권사들은 이때 발생하는 비용과 각사별로 측정한 가산금리를 덧대 대출금리를 결정한다. 이에 시장금리가 낮아지더라도 증권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오르게 되면 대출금리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예탁금 이용료율은 철저하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에 연동해 움직이고 있다. 실제 국내 28개 증권사들의 평균 예탁금 이용료율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0.30%에서 0.17%로 0.13%포인트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고금리 정책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5일 각 증권사들에게 매달 신용융자의 기준, 가산금리를 새로 산정해 공시하케 한 '증권사 대출금리 개선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투협과 회원사들은 '금융투자회사의 대출 금리 산정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이 규준은 오는 23일부터 시행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간 신용융자 이자율이 서로 다른 이유는 회사의 공시 금리와 신용 사용 고객의 실제 사용 기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문"이라며 "시장금리가 하락한데다 금융당국이 주문한 새로운 모범규준 도입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증권사들의 대출금리가 일괄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증권사가 예탁금을 이용하는 경우는 제한적인만큼 이용료율 조정 가능성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빚투의 증가로 개인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증권사가 자금 마련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도 은행에 비해 높은 만큼 적정한 수준에서 가산금리를 결정해 공개할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