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선 전부터 가덕도 염두…정부 결정에 의중 실었다는 해석
'지역갈등 책임론' 회피…'부산시장 보궐선거용' 논란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 침묵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문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은 사실상 가덕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 둘째 해당 사안으로 인해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간 갈등이 심화됐다는 것, 셋째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지난 17일 김해신공항 문제에 대해 "특별한 문제는 없지만 미래 확장성이 부족하다"며 사실상 백지화한 이래 관련 언급을 일체 하지 않고 있다. 여당이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 이후 재빨리 부산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온도차가 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을 거란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존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동남권 신공항 사업의 방향이 정해졌다가, 문 대통령 취임 후 '가덕도 신공항론'이 힘을 받기 시작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신공항 부지로 가덕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부산지역 경제 행보 중 김해신공항 안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정부에 '김해신공항 백지화'로 좌표를 찍어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에도 가덕도 신공항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16년 6월 가덕도를 찾아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기는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대로 용역이 진행된다면 부산시민이 바라는 대로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같은 해 부산지역 총선 유세에서도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경제적으로만 판단한다면 부산시민이 바라는 신공항을 만들 수 있다. 국회의원 5명만 뽑아준다면 대통령 임기 중 신공항 착공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했다. 부산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침묵은 'PK와 TK 갈라치기' 논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선거용' 결정 논란에서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도 읽힌다. 대통령이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할 경우 정치적 논란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당장 야권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여당을 향해 "TK를 고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여당이 띄운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서도 별 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정부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 여당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문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 아니겠느냐"며 "정부 정책 결정을 뒤집었으면 이전 정부처럼 그 이유에 대해 대통령이 설득 혹은 설명을 해야 한다. 침묵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도 검증위 결과 발표 이후 공식 입장을 자제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정가에서는 관계 부처에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에 대한 후속조치 계획을 마련한 뒤 문 대통령의 공식 입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