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이자 음식사업가 김나운이 1억원을 기부하며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이 됐다는 소식이 화제다. 사랑의 열매는 26일 김나운이 이번 기부로 여성 고액기부자 모임인 ‘W아너 소사이어티’의 500호 회원이 됐다고 밝혔다.
기부는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1억원을 쾌척한다는 것은 돈이 많다고 가능한 일도 아니다. 김나운의 기부 소식을 접하며 기억 저편의 일이 떠올랐다. 3년이 다 돼 가는 일이다. 추웠던 겨울, 지금은 종영된 MBN ‘아궁이’ 녹화장에서 김나운을 만났다. 홈쇼핑 완판 신화를 이룬 연예인들의 성공비결을 공개하는 내용이었고, 그 가운데 김나운이 음식사업가로서 함께 참여했다. 2006년작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명자’에 푹 빠져 연기한 얘기를 비롯해 배우 김나운의 면모도 조명된 녹화였다.
당시 김나운은 자신이 방송의 아이템이 된 것에 무척이나 황송해했고, 그만큼 열심히 녹화에 임했다. 사실 시청자가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시청률에 도움이 되니 기획된 아이템이라고 간주할 수도 있을 텐데, 김나운은 연신 감사를 표했다. 말로만이 아니었다. 녹화가 끝난 뒤 채 방송으로 나오기도 전에 출연자와 제작진에게 김나운의 ‘선물’이 도착했다. 배추김치와 총각김치였는데, 집 김치처럼 맛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뒤 사업가 김나운이 판매하는 음식 종류는 다양해졌고, 왠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사서 먹는 게 보답인 듯해서 주문 버튼을 눌렀고 한 번 사 먹기 시작하면 계속 사게 하는 힘이 있다.
사설이 길었는데, 오늘 1억원 기부 뉴스를 보며 ‘아궁이’ 녹화 뒤 일일이 선물을 보내 감사를 표한 김나운을 두고 “나누는 거, 누구에게 뭘 주는 걸 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던 일이 떠올랐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오랫동안 연예계 가까이 있다 보니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해오던 일’로 뉴스가 된다는 경험칙이 이번에도 적용됐다는 것이다.
배우 김나운은 26일 데일리안에 “저 혼자 한 일 아니고요, 남편이 회사 보너스도 보태고 아들 (조)현규가 어릴 적부터 모은 뽀로로 저금통을 보태며 힘을 줘서 가능했던 일이에요”라고 밝히면서 “좋은 일 했다고 칭찬받으니 이 나이에도 좋네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가족사진을 보니 김나운이 어머니를 빼닮아 미인이라는 것도 보이고, 아들 조현규 외에 또 한 명의 소년이 있어 궁금했다. 김나운은 “시누이(남편의 여동생) 아들 김현우예요. 사촌 현규 형 따라서 앞으로 봉사도 하고 기부도 하겠다는 다짐을 단단히 하더라고요”라고 전했다. 어른이 선행으로 앞서고 그 자리에 다음 세대를 동행하는 모습, 성적도 좋지만 좋은 교육은 이런 게 아닐까.
김나운은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며 백범 김구 선생의 좌우명을 말했다. “눈 내리는 들판을 걸을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남긴 내 발자취가 누군가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김구 선생님의 말씀처럼 언제나 깨끗한 눈길을 먼저 걷는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하며 바르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항상 사랑으로 챙겨준 가족과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사랑의열매’에 감사 드린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날씨가 점점 차가워지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기세가 다시금 커진 시점에서 들려온 따뜻한 소식이 반가운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