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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파오차이’ 확연히 다른데도 김치 종주국 논란, 왜?


입력 2020.12.01 15:06 수정 2020.12.02 19:45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10년 연속 김치 무역적자 기록, 수입물량 99% 이상 중국산

국산 김치산업 재정립 필요, 차별화 전략·확산 서둘러야


서울 성북구 성북구청 앞 바람마당에서 열린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서 새마을부녀회원 등이 지역의 홀몸 어르신, 장애인, 소년소녀가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근 한국의 김치와 중국의 파오차이는 전혀 다른 식품인데도 김치 종주국 논란이 야기됐다.


중국의 한 매체에서 자국의 절임 채소 음식인 ‘파오차이(泡菜)’에 대한 산업표준이 김치산업 국제표준으로 제정됐다고 보도하면서 한바탕 국내에 파란이 일었지만 김치는 전 세계 채소 발효식품 중 유일하게 국제식품규격을 갖고 있는 식품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이를 계기로 김치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김치와 중국 파오차이는 제조공정과 발효단계에 있어 큰 차이점이 있다. 김치는 지난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국제 규격을 인증 받은 우리 고유의 식품“이라고 차이를 규정했다.


채소절임은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계절의 변화가 있는 지역이라면 어디서나 채소절임 식품이 발달할 수 있으며, 실제로 김치 이외에도 파오차이·쯔게모노·사우어크라우트·피클 등 다양한 절임식품들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채소 절임식품은 채소를 소금이나 식초 등에 절여먹는 반면 김치는 1차로 배추·무 등 원료를 소금에 절인 후 고춧가루·파·마늘·생강 등 다양한 채소를 부재료로 양념해 2차 발효시킨 음식으로, 생채소를 1·2차로 나눠 발효시키는 식품은 전 세계적으로 김치가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한국 김치와 중국 파오차이 차이점 ⓒ세계김치연구소

그럼에도 끊임없는 김치 종주국 논란으로 인해 지난 2001년 우리나라의 김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김치(KIMCHI)’로 최종 국제규격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 같은 국제규격 제정 당시에도 일본의 기무치 규격명 주장에 따라 일본과 4차례에 걸친 실무협의를 거쳐야했고 규격명을 ‘기무치’가 아닌 ‘김치(KIMCHI)‘로 통일하는 대신 일본이 제안한 일부 식품첨가물에 대해 부분적으로 수용한 단일 규격안을 마련해 김치의 국제 규격을 만들었다.


당시 중국은 김치를 생소한 식품으로 인식해 국제규격 제정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지만 김치의 관심과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19년 전 끝난 사안인 김치 종주국 논란을 끄집어낸 셈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 이래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김치 무역적자를 기록해왔다. 김치 수입량이 수출량보다 5배가량 많은 데다 수입물량의 99% 이상이 중국산인 점은 중국에 ‘김치 공정’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한국의 김치가 2003년 사스에 이어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전 세계적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식품으로 주목받으면서 실제 중국에 김치공장이 부쩍 생겨나게 됐고 2000년대 후반 한국으로의 수출 증가로 인해 김치 생산량도 늘어나게 됐다.


그간 국내에서도 이 같은 김치산업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우려와 지적이 잇달았고 농림축산식품부도 김치산업 육성방안 수립, 김치의 날 제정 및 기념식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


국산김치의 품질과 안전 차별화를 통해 김치 수입확대에 대응하고 김치 상품성 향상을 위한 R&D 로드맵 구축 및 학교급식김치 표준 마련, 프리미엄 김치 개발, 안정적인 김치원료 공급체계 구축과 원가절감 지원, 국산김치 상표도용 방지를 위한 ‘국가명 지리적표시제 도입’ 등을 주요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하지만 우리만 김치 종주국을 외친다고 종주국 지위가 지켜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산 김치의 차별화 전략을 좀 더 체계적이고 다각적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물량과 가격경쟁에 밀려 중국산 김치가 일방적으로 외식업계 침입을 넘어 안방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에서 모처럼 K푸드 영향으로 수출이 증가한 국산 김치 수출을 중국이 탐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공영 BBC 방송은 최근 중국 언론의 '김치 국제표준' 관련 오보에 대한 한국의 반박 사례를 조명하면서 “한국 내 김치 수요가 많아 중국에서 김치를 만들어 수입하고 있다는데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의 김치는 중국의 엄격한 규제에 막혀 수출되지 못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품질 우수종균 개발, 김치 맛·숙성도 품질표시제 등의 차별화 대응전략에 속도를 내야 할 이유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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