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뮤지컬 ‘고스트’는 놀랍다. 초연 때부터 마술 같은 효과로 ‘매지컬’(매직과 뮤지컬의 합성어)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를 다시금 보여준다. 1990년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 주연의 영화 ‘사랑과 영혼’ 속의 컴퓨터 CG를 통해 표현되었던 것들을 무대에서 표현해내기 위한 고민은 관객들을 황홀경으로 이끈다.
극은 죽은 샘 위트가 영혼이 되어서도 연인 몰리 젠슨을 지키기 위해 심령술사인 오다 메와 함께 위험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인 영화가 가진 스토리에 신기술을 입혀 그 때의 감성을 무대 위에서 재현해낸다. 시간을 초월한 이야기를 강렬하고 현대적인 테크닉으로 전달하는 셈이다.
무대 위에는 단 하나의 건물만 존재한다. 연인의 애절한 사랑과 추억이 깃든 ‘샘과 몰리의 집’이다. 그런데 이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구조물은 순식간에 샘의 직장으로, 칼의 사무실로, 병원으로, 또 지하철로 바뀌며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또 LED로 만들어진 화려한 영상 역시 무대에서 하나의 세트처럼 활용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마술과도 같은 효과들이다. 죽어서 영혼이 된 샘이 영화에서처럼 문을 통과하고,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모습, 달리는 지하철에서 싸우는 두 영혼의 모습, 친구 칼을 겁주는 장면에서 책이 혼자 떨어지고, 책상 위의 컴퓨터가 혼자 움직이면서 저절로 글씨가 새겨지는 등의 장면은 영화 못지않은 긴장감을 준다.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마술 감독이며 최고 권위의 마술상 매직서클 어워드에서 마스켈린 어워드를 수상한 명망 있는 일루셔니스트 폴 키이브의 손에서 탄생한 효과들이다. 이런 효과들로 관객들은 보고도 믿지 못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무대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영혼들을 구분하는 방법도 참신하다. 죽은 샘 위트를 유령처럼 보이도록 하는 건 조명이 큰 역할을 한다. 샘 위트가 죽고 난 이후, 푸른색의 조명이 줄곧 그를 따라다니면서 시각적으로 살아 있는 사람과는 다른 존재임을 느끼게 한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시각적인 효과들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고스트’는 짜임새 있는 서사와 음악, 노래, 안무 중 어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균형 있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잘 만들어진 뮤지컬로 평가된다. 여기에는 캐릭터가 주는 힘이 크다. 샘과 몰리의 사랑을 큰 축으로 하지만, 주변 인물들(오다 메와 칼, 그리고 앙상블)이 주는 개성 강한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랑이라는 감정선을 이어가면서도 범죄 사건을 둘러싼 스릴과 이를 밝혀내는 과정에서의 유쾌한 웃음은 관객들을 지루할 틈 없게 한다. 특히 7년 전 초연을 함께 했던 주원과 아이비, 최정원을 비롯한 다수의 배우들이 대거 합류한 덕분인지 배우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호흡도 자연스럽다.
다만 무거운 무대 시스템에서 오는 오류는 아쉬움을 남긴다. 실제 개막 이후 지금까지 무대 장비 고장으로 인한 공연 중단이 몇 차례 있었다. ‘매지컬’이라는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무대 장치에 대한 기술적 보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스트’는 내년 3월 14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