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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며 보는 재미…동시에 무대 오르는 ‘하나의 원작, 다른 작품’


입력 2025.03.19 11:35 수정 2025.03.19 11:3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지킬앤하이드' 뮤지컬과 연극으로 동시 공연

이영애 vs 이혜영 주연 '헤다 가블러' 5월 동시 개막

‘헤다 가블러’와 ‘지킬 앤 하이드’ 등 최근 공연계에서는 동일한 원작을 기반으로 한 여러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무대에 오르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왼쪽) '지킬앤하이드'와 연극 '지킬앤하이드' ⓒ오디컴퍼니,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이는 고전 문학 작품부터 현대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천 텍스트가 시대와 관객의 변화에 발맞춰 다채롭게 재해석되고 변주되는 경향을 반영한다. 뮤지컬과 연극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로, 혹은 같은 장르 내에서도 연출 의도나 배우의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맞는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고전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강렬하게 그려내면서 오랜 시간 다양한 예술 분야에 영감을 제공해왔다. 현재 국내에서 동시에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 연극 ‘지킬 앤 하이드’는 동일한 원작을 공유하지만, 각기 다른 매체의 특성과 해석 방식을 통해 독창적인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프랑크 와일드혼의 드라마틱한 음악과 함께 지킬 박사의 고뇌와 하이드의 광기를 화려하게 무대화한다. 웅장한 무대 장치, 다수의 배우 그리고 강렬한 넘버는 관객에게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지킬과 하이드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인물의 내면 갈등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극대화한다.


반면 연극 ‘지킬 앤 하이드’는 단 한 명의 배우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모두 연기하며 원작의 핵심 주제를 더욱 심층적으로 파고든다. 뮤지컬과 달리 무대 구성을 최소화해 배우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더욱 밀도 높게 표현한다. 하이드가 직접적으로 등장시키지 않고 철저히 숨김으로써 관객들의 상상을 자극한다는 점도 뮤지컬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헨리크 입센의 희곡 '헤다 가블러'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연극으로 무대에 복귀하는 배우 이영애(왼쪽)와 이혜영 ⓒLG아트센터, 국립극단

헨리크 입센의 희곡 ‘헤다 가블러’도 LG아트센터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제작돼 각각 5월 7일과 8일 하루 차이로 개막한다. LG아트센터에서는 배우 이영애가 32년 만에, 국립극단에서는 배우 이혜영이 13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이혜영은 13년 전인 2012년 당시 해당 작품의 초연에 같은 역할로 출연해 전회차, 전석 매진을 이끌었던 주역이기도 하다.


두 작품은 동일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지만, 각기 다른 연출가와 배우의 해석을 통해 전혀 다른 ‘헤다 가블러’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혜영은 연륜과 깊이를 바탕으로 헤다의 내면적 고뇌와 불안감을 섬세하게 표현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영애는 특유의 흡인력으로 외면은 우아하지만 내면에는 숨겨진 불안과 욕망, 파괴적인 본성을 가진 헤다를 입체적으로 표현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하나의 원작을 공유하는 여러 작품이 동시에 무대에 오르는 현상은 단순히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공연계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천선란 작가의 원작 ‘천 개의 파랑’이 국립극단과 예술예술단에서 각각 연극과 뮤지컬로 동시에 제작돼 선보이며 시너지를 냈던 것이 대표적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동일한 원작으로 기반으로 한 서로 다른 공연이 동시에 올라가면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다양한 장르와 연출 방식으로 변주된 작품은 각기 다른 취향과 선호를 가진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면서 관객층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또 이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작품의 시너지에만 그치지 않고, 원작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공연을 통해 원작에 대한 접근성까지 덩달아 높이는 효과로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단순 관람자의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창작자들에게도 좋은 소스로 활용된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과거의 작품에 동시대성을 입히면서도 다양하게 변주되는 과정을 통해 창작자들도 작품을 분석하는 시야가 넓어질 것”이라며 “이는 공연계의 다양성 확보와도 연결된다. 현 시대는 원천 소스가 매우 중요해진 시대인데, 자칫 획일화될 수 있는 공연계에 적극적으로 소스를 분석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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