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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원의 백미러] 공모주 개편, 순풍과 역풍 사이


입력 2020.12.03 07:00 수정 2020.12.03 07:07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공모주 인기에 개인 물량 현행 20%서 30%로 확대...업계 반응은 ‘글쎄’

대기자금 단기투자 수요에 쏠려...시장 악화시 하락도 개인이 받아내야

지난 9월 1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및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한국투자증권

“공모주 청약 광풍에 편승한 정책 변화가 아쉽다. 저금리·부동산 규제 여파로 단기성 투자자금이 시중에 넘쳐나면서 공모주 시장이 과열되고 시장 왜곡 현상이 심화됐는데, 이러한 때에 개인 물량을 늘리는 것은 인위적인 시장 간섭이 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 열기가 기업공개(IPO)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데 대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오히려 시장 상황에 따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업계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개인의 투자기회 확대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8일 '기업공개 공모주 일반청약자 참여 기회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청약증거금에 비례한 배정방식 등으로 개인투자자의 참여 기회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불만에 따른 조치다. 방안의 핵심은 내년부터 IPO 과정에서 개인에 배정되는 공모주 물량을 기존 20%에서 최대 30%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확대되는 10% 물량은 우리사주조합과 하이일드펀드 우선 배정 물량에서 확보한다.


올해 개인투자자들은 SK바이오팜의 ‘따상상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뒤 상한가 3번)’ 신화를 보며 단기 투자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공모주 투자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 빅히트를 계기로 ‘공모주=따상’이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공모가 고평가 논란과 함께 투자 심리가 침체됐다. 그러나 최근 준척급 공모주들이 흥행에 성공하며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내년 대어급 IPO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여전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내년부터 개인투자자들이 배정받을 수 있는 물량이 늘어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는 현 시장 상황에 맞춘 정책이다. 반대로 시장이 악화될 경우, 주가 하락을 개인들이 받아내는 상황이 온다.


개인투자자의 공모투자에서 단기·투기적인 성격이 짙어진 만큼 주가 변동성도 커지게 된다. 또 기관 배정 물량이 줄어 수요예측 경쟁이 더 심해지면 공모가가 제대로 측정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곧 개인의 피해로 이어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권이 생기면 증권사가 떠안아야하는 구조도 더욱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주 투자 자금이 흘러들어 기록적인 청약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자본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점에선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대기자금이 투기수요에 쏠리게 되면 유동성의 함정에 빠지게 되고 오히려 시장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인위적인 시장 개입 이전에 적절한 공모가 산정과 상장 이후 변동성 완화, 옥석을 가리는 투자문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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