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투자자 해외주식결재액 207억 달러...이달만 테슬라 3억 달러 순매수
“내년에도 달러 추가약세 가능, 환차손 주의...미국 5차 경기부양 지켜봐야”
달러 약세로 환차손 우려가 커졌지만 서학개미들의 해외주식 사자 열풍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폭락장에서 증시 받침대 역할을 했던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코스피 랠리 속 한국 주식을 팔아치운 뒤 해외투자 길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환헤지를 고려한 투자와 함께 미국의 추가 정책 조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예탁원을 통한 해외주식 결제액(매수+매도)은 207억7276만 달러로 한달전(144억2169만 달러)보다 44% 늘어났다. 10월 미 대선 이슈 등에 따라 미국주식 결제 규모가 줄었다가 다시 회복한 영향이다. 지난달 미국주식 결제액(매수+매도)은 187억4253만 달러로 10월(133억2742만 달러) 대비 40.6% 증가했다.
지난달 국내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7836억원을 순매도해 차익을 실현한 뒤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린 모습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고 판 종목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지난달 테슬라 결제액(매수+매도)은 23억149만 달러다. 순매수 기준으로는 2억8738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원화 강세가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이 2년6개월 만에 최저치인 1000원대로 떨어졌지만 매수세는 더 강해졌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테슬라를 3억6465만 달러 순매수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편입을 앞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8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전장 대비 7.13% 급등한 641.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6000억 달러(약652조원)를 넘어선 6083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초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하면서 테슬라 주가가 앞으로 30%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증권가는 내년 미국 증시의 업사이드가 충분하다고 전망하면서도 약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환율 문제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율 변동 리스크를 막을 위험 회피, 즉 헤지전략을 고심하는 투자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환헤지 없이 그대로 환전돼서 투자하는 경우 해외주식에서 수익이 나도 환율이 급락하면 환차손이 불가피하다.
강재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달러가 상당히 가파르게 하락해 왔는데 내년에는 추가 약세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 주식 투자시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내년까지의 투자를 고려하면 환헤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국내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간단하게 헤지 ETF를 선택해 투자할 수 있다”면서 “예로 TIGER미국S&P500 보다는 TIGER미국S&P500선물(H)에 투자하는 것이 달러 하락시 환 손실 없이 미국 증시의 상승분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11월 고용시장이 성장 부진 우려를 높였다는 점에서 미국의 추가 정책 조치 강도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11월 한달 간 미국에서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24만5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10월 일자리 증가분 61만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업률은 실업률은 6.7%(10월 6.9%)로 낮아졌다. 블룸버그 예상치(50만명, 6.7%)를 감안하면 실업률은 기대 수준에 부합했지만 신규 일자리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높아진 주식시장의 자산가치와 달리 미국 노동시장이 모멘텀을 잃어가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이제는 시장에서 한발짝 물러나 오는 17일 새벽(한국시간)에 발표되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재정 당국의 5차 경기부양 규모를 지켜볼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나 연구원은 “미국 노동시장이 민간소비 및 기업 투자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추가 정책 조치가 단행되는 시점 및 강도 여부에 따라 올해 4분기 연말 특수와 내년 1분기 미국 성장률 부진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