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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ISA 예금 금리 0%대 추락…시장서도 '외면'


입력 2020.12.14 06:00 수정 2020.12.11 10:1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전용 상품 이자율 0.86%…일반 예·적금보다 못해

일몰 앞두고 성장세 '뚝'…기존 고객들만 '주름살'

국내 은행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전용 예금 금리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이 판매하고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수익률의 핵심이 돼야 할 전용 예금 금리가 0%대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일반 예·적금만도 못한 이자율로, 보다 나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ISA를 선택했던 소비자들로서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불러온 제로금리 역풍과 그로 인한 수익률 저하로 ISA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식어가는 가운데, 기존 고객들의 주름살만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다.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ISA를 취급하고 있는 국내 13개 은행들이 이번 달 ISA 전용 예금에 책정하고 있는 연간 금리는 평균 0.86%로, 올해 1분기 말(1.29%)보다 0.4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ISA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한 계좌에서 운용할 수 있는 이른바 만능통장으로, 고객이 투자 상품을 직접 고르는 신탁형과 금융사가 제시하는 포트폴리오 중 하나에 돈을 맡기는 일임형으로 나뉜다. 조사 대상 예금은 이 중 신탁형 ISA의 기반이 되는 상품이다.


은행별로 봐도 모든 곳들의 ISA 전용 예금 금리가 일제히 1%대 아래로 떨어졌다. 우선 KB국민은행의 ISA 전용 예금 이자율이 0.75%로 최저였다. 아울러 광주은행(0.80%)과 BNK부산은행·DGB대구은행·SH수협은행·제주은행(이상 0,85%) 등의 해당 금리도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이밖에 은행들의 ISA 전용 예금 이자율은 ▲전북은행 0.86% ▲BNK경남은행·IBK기업은행·하나은행 0.87% ▲NH농협은행 0.89% ▲신한은행 0.90% ▲우리은행 0.92% 등 순이었다.


이런 은행들의 ISA 전용 예금 이자율은 통상적인 예금이나 적금보다 낮은 수치다. 보통의 예·적금보다 ISA 예금에 돈을 맡겼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이자 수익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얘기다. 올해 10월 조사된 은행들의 신규 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 평균 금리는 0.88%로 ISA 전용 예금보다 다소(0.02%포인트) 높았다.


은행 ISA 고객이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될 이자율은 이보다 더 낮을 수 있다. 은행들이 ISA 가입자들로부터 별도로 연 0.1%포인트 가량의 수수료를 거둬가고 있어서다. 수수료율만 놓고 보면 작은 숫자일 수 있지만, 가뜩이나 쥐꼬리인 금리를 감안하면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요인이다.


문제는 저조한 예금 상품의 금리가 은행 ISA의 수익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확보한 신탁형 ISA 적립금 가운데 예·적금 등 일반 수신 상품 포트폴리오에 들어가 있는 자산의 비율은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90.1%에 이른다. 그리고 은행들이 유치한 ISA 총 자산 중 신탁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88.0%에 달한다. 전용 예금 상품의 금리가 은행 ISA 상품의 수익률 전반을 좌우하는 구조인 셈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저금리가 심화하면서 ISA 이자율도 반등이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경신한 상태다.


이렇게 금리가 낮아지면서 ISA를 둘러싼 인기도 빠르게 사그라지고 있다. 지난 10월 말 은행의 ISA 상품에 대한 투자 금액은 총 5조589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0%(1104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은행 ISA 투자금이 4조8181억원에서 5조4795억원으로 13.7%(6614억원)나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된 성장세다.


결국 속이 타는 쪽은 이미 ISA에 돈을 넣은 고객들이다. 새로운 자산 증식 수단이란 기대에 투자가 이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률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더구나 ISA는 1년 후 판매가 종료되는 일몰형 상품이어서 갈수록 관심에서 멀어질 전망이다. ISA는 국민의 자산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노후 대비 자금 마련을 돕겠다는 목적으로 2016년 3월에 정부가 주도해 출시한 정책 상품이다. ISA의 신규 가입 시한은 내년 말까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ISA 출시 당시만 해도 은행들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자 앞 다퉈 영업전을 벌였지만, 이제는 적극적 관리에 대한 유인이 떨어지고 있는 흐름"이라며 "이런 환경이 ISA의 투자 수익률 악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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