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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세 번째 '울먹임'…진정성 실린 '울림'


입력 2020.12.16 00:40 수정 2020.12.16 00:31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총선 전날과 지난 8월 광주에 이어 세 번째

침통한 어조로 10여 차례 '사과''사죄' 이어가

평소 스타일과 다른 모습에 더욱 진정성 실려

주호영 원내대표와 비대위원들도 말없이 경청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계열 당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것은 처음이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세 번째 '울먹임'을 보였다. 전격적으로 결행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시절의 보수정당의 과오와 관련한 대국민사과 현장에서의 '울먹임'에 진정성이 실린 '울림'이 전달됐다는 분석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상당 기간 당내 논란이 됐던 '대국민사과'를 실천에 옮겼다. 당일 오전 8시 30분께에나 알려졌을 정도로 전격적인 결행이었다.


국민의힘 회의실로 쓰이는 국회본청 228호는 수십 개의 달하던 의자가 미리 모두 옮겨졌다. 김 위원장이 서서 사과문을 낭독할 스탠딩 연단만 한가운데에 놓인 가운데, 평소 현 정권을 비판하거나 실정을 꼬집는 재치있는 문구들이 장식했던 '백보드'도 이날만은 아무런 글씨가 없는 흰 천으로 덮여 현장의 무게감을 더했다.


사무처 당직자들도 백보드 양쪽의 태극기와 국민의힘 당기 위치까지 다시 한 번 점검할 정도로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의자 등 집기가 빠져 실내 공간은 평소보다 넓었지만, 그 자리는 무거운 긴장감이 가득 메웠다.


먼저 회의실로 들어선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질의응답 시간은 따로 배정되지 않을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회의실 밖의 복도에서 기자들과 질문을 주고받는 '백브리핑'도 하지 않겠다고 미리 밝혔다. 사과문 외의 말로 인한 메시지 분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회견을 앞두고 성일종·김현아·김병민·김재섭·정원석 비상대책위원들이 들어와 말없이 나란히 섰다. 잠시 후 주호영 원내대표도 김종인 위원장과 나란히 입장해 비대위원들의 필두에 섰다.


연단에 서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말문을 연 김종인 위원장은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는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는다.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라며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사과문을 낭독해 내려갔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어조는 침통했다. 도중에는 울먹이는 기색이 역력해 타자를 치고 있던 현장의 취재진들도 놀라 고개를 들었다.


김 위원장의 '울먹임'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참패를 앞두고 있던 4·15 총선 전날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코로나를 틈타 '코돌이'들이 대거 당선되면, 국회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나라는 망하고 만다"며 "나이가 여든인 내가 왜 선거에 뛰어들었겠느냐. 나라의 장래가 너무 한심해 보여서……"라고 말을 잇지 못한 채 울먹였다.


지난 8월 광주 5·18 묘역을 찾았을 때에도 "신군부 집권을 위한 국보위 재무분과위원으로 참여했다"며 "역사의 법정에서는 나 또한 유죄"라고 울먹였다. 직후 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15초간 '무릎사과'를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침통한 어조로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더욱 성숙해졌어야 했다"며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정치 상황에 책임을 느끼며 깊이 사죄드린다"고 10여 차례 '사죄' '사과'를 이어갔다. 평소 감정 표출을 철저히 절제하는 김 위원장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더욱 진정성에 무게가 실렸다는 분석이다.


당 인적쇄신·권력구조 개편·지지 호소도 담아
"정당의 뿌리부터 다시 만들어 거듭 나겠다"
역대 대통령 불행 열거하며 "근본 혁신 노력"
"정당정치의 한 축 무너지면 안돼" 지지 호소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계열 당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것은 처음이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날 김 위원장은 거듭된 사죄와 함께 △당을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다짐 △권력구조 개편 필요성 시사 △정당민주주의 복원을 위한 국민의 지지 호소 등의 내용을 사과문에 담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공적인 책무를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이 있었다"며 "쌓여온 과거의 잘못과 허물을 통렬히 반성하며,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인적 쇄신을 통해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대국민사과가 일각의 관측이나 분석처럼 지난 6월 출범한 이래 반 년간 이어진 비대위 혁신 노력의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출발점'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날 사과를 계기로 당은 재보선 체제로 전환된다. 김 위원장이 다짐한 '인적 쇄신을 통한 거듭남'이 향후 공천 과정과 맞물려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또, 역대 대통령들이 "외국으로 쫓겨나거나 측근의 총탄에 맞거나, 일가친척이 줄줄이 감옥에 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우리나라 어떤 대통령도 온전한 결말을 맺지 못했다"며 "이 모든 역사적 과정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사죄하면서 우리 정치의 근본적 혁신 과제에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필연적 귀결이다. 김 위원장이 말한 '우리 정치의 근본적 혁신 과제'는 결국 권력구조 개편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한 노력에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향후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도 주목된다.


한편 "정당정치의 양대 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함께 무너진다"며 "작은 사죄의 말씀이 국민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온전히 풀 수는 없겠지만, 다시 한 번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인다"고 말한 것은 내년 4·7 재·보궐선거에서의 지지 호소로 해석된다.


국민의힘과 그 전신의 보수정당은 이날 김 위원장이 사과한 '탄핵 과오' 이후 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올해 총선 등 전국단위 선거를 3연패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올해 총선 참패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김 위원장이 앞서 지난 4월 14일에 울먹이면서 호소했던 "코로나를 틈타 '코돌이'들이 대거 당선되면, 국회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나라는 망하고 만다"는 말이 거의 현실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붕괴를 막기 위해 더 이상 정당정치의 한 축인 국민의힘이 무너지는 것은 막아달라는 국민을 향한 호소로 읽힌다는 것이다. 국민의 지지는 결국 선거를 통해 표출되는 만큼, 내년 4·7 재보선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해달라는 의미로 분석할 수 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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