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GA 일부 사업부 인수 계약…영업력 강화 나서
회계감사 의견거절·모집질서 위반 제재 전력 그림자
신한생명의 독립법인대리점(GA) 인수를 두고 보험업계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엉터리 회계 의혹과 불법 영업으로 끝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으며 사분오열된 GA 조직을 신한생명이 품에 안기로 하면서다. 이른바 보험백화점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GA 사업을 둘러싸고 생명보험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부정행위로 마땅히 퇴출돼야 할 이들까지 다시 시장에 발을 붙이도록 도와주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의 자회사인 신한금융플러스는 최근 리더스금융판매와 일부 사업부를 인수하는 영업권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신한금융플러스는 지난 7월 신한생명이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형 GA다. 리더스금융판매는 전국 430여개 지점에 6500명에 달하는 설계사를 보유하고, 지난해 377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GA업계 5위를 차지한 대형 보험 판매사다.
신한생명은 리더스금융판매를 사들여 새로 출범한 신한금융플러스가 자리를 잡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방침이다. 리더스금융판매는 여러 보험대리점들이 하나의 간판 아래 뭉친 일종의 GA 연합체로, 총 10개 사업부로 이뤄져 있다. 신한생명은 이 중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7개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럴듯하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그 동안 리더스금융판매의 경영 곳곳에서 부실 징후가 목격돼 왔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게 거론되는 결함은 회계처리의 부적절성이다. 실제로 리더스금융판매는 올해 5월 외부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을 통보받았다. 회계법인의 의견거절이란 제출된 자료가 부실해 적법하게 회계처리가 됐는지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주식 시장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장사였다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은 리더스금융판매의 임직원과 소속 보험설계사와 관련된 단기대여금, 장단기차입금 거래에 대해 신뢰성 있는 내부 통제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수금 293억원과 미지급비용 257억원을 총액으로 표시하지 않고 상계한 회계 처리는 일반기업회계기준 위배 사항이라고 봤다. 리더스금융판매가 이를 제대로 처리했다면 부채가 84억원 가량 늘어야 한다는 추산이다. 또 설계사들에게 지급한 수수료에 대해서도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리더스금융판매가 시장에 매각 매물로 나오게 된 계기도 찝찝한 구석이 많다. 리더스금융판매는 지난 6월 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각종 모집 질서 위반 등 보험업법을 어긴 혐의로, 생명보험 신계약 모집 업무 60일 정지, 과태료 22억6300만원 부과 등 중징계를 받았다. 리더스금융판매는 이로 인해 영업에 타격이 커지자 신한금융플러스 측에 먼저 접근해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앞서 리더스금융판매 조직을 인수하려던 라이나생명은 이 같은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기도 했다. 라이나생명은 신한생명과 마찬가지로 자회사형 GA인 라이나금융서비스를 통해 리더스금융판매 산하 2개 사업부를 인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감원 제재 이후 리더스금융판매 소속 설계사들의 이미지가 나빠지자 이를 이유로 계약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리더스금융판매는 개별적으로 법인을 운영하던 대표들이 힘을 합해 만든 연합체로, 해당 경영진과 사업부 대표들이 회사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설계사 조직을 담보로 삼아 급히 도망가는 형국"이라며 "이들이 책임 없이 신한금융플러스로 위치 이동을 한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처럼 불투명한 회계와 법을 넘나드는 상품 영업을 일삼던 이들이 이대로 기성 보험사에 편입될 경우 조직 전반의 물을 흐릴 수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GA 조직 확장을 위한 생보업계의 눈치작전이 가열되고 있는 최근의 흐름이 이런 부작용을 키우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GA는 다수의 보험사와 제휴를 통해 운용되는 보험 대리점이다. 이에 따라 GA 설계사는 특정 보험사 상품만 모집할 수 있는 전속 설계사와 달리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가지고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힘입어 GA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생보사들이 아예 직접 GA를 차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재까지 GA 계열사를 설립한 생보사는 신한생명을 비롯해 삼성생명·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라이나생명·메트라이프생명·ABL생명 등 총 7개사에 이른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생보사들의 자회사형 GA 확대는 해당 채널에 대한 통제권을 일정 수준 확보하면서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외형 성장에 급급해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GA를 상대로 묻지 마 식 인수가 이뤄질 경우 회사 내부적으로는 물론, 보험업계의 전반적인 문화까지 해치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