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완화 반복…정부 발표까지 ‘속수무책’
숨 죽인 채 정부 결정만 기다려…“선제적 대응 어려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최근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만큼 현재 ‘2.5단계+α’ 보다 강화된 거리두기 지침이 발표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세부 단계가 상황에 따라 3단계에서 5단계, 2.5단계에서 또다시 2.5단계+α 등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데다, 내용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불안감이 높다.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 및 실행방안은 정부 발표 시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926명으로 집계됐다. 이미 3단계 기준은 엿새 째 넘어선 상태다. 거리두기 단계 격상 메뉴얼에 따르면 전국 주 평균 확진자가 800명~1000명 이상이거나, 급격한 환자 증가시 정부는 3단계로 격상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놓고 관계부처와 지자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다. 3단계로 상향되면 200만개에 달하는 영업장과 시설이 문을 닫거나 운영에 제한을 받는다.
문제는 3단계 격상 지침과 관련해 온갖 설과 추측 등이 난무하면서 이를 직접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기업과 소비자 등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거리두기 1.5단계나 2.5단계 식의 세분화, 그리고 ‘+α’와 같은 핀셋 방역 등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현장에 혼란을 불러왔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3단계가 시행되면 대형마트 운영이 금지되는 것이 맞느냐", "당장 생필품이나 먹거리를 사다둬야 할 것 같은데 고민된다", "3단계 격상 시에도 대형마트, 편의점이 열면 미리 온라인 주문을 안해도 되지 않느냐"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의 비판도 거세다. 3단계를 발표하기 전 세부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상황이지만, 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몰라 협조가 어렵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유통업계 역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매출 등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선제 대응 조치에 나서야 하지만, 정부 발표 전까지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백화점과 아울렛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강화되면 사실상 '셧다운' 상태로 영업조차 못하게 된다. 유통업계 빅 3(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과 아웃렛 등 90여곳은 일제히 문을 닫는다.
백화점은 오프라인 점포 매출이 전체의 약 90%를 차지한다. 문을 닫으면 점포당 하루 300억~400억원의 매출을 고스란히 날려야 한다.
업계는 온라인몰을 통한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동시에 라이브 방송 등으로 대응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오프라인 비중이 높기 때문에 셧다운이 되면 구멍난 매출을 메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여기에 영세한 식품 협력사 판매원이나 개인사업자 등 중소 협력사들은 버티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백화점 직고용 직원이나 대형 협력사 직원들이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복합쇼핑몰 업계 상황은 더욱 최악이다. 3단계 격상에 대응할 만한 뾰족한 자구책이 없어서다. 다만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 2월부터 중소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을 덜기 위해 임대료 유예 및 인하 등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3단계가 된다면 구체적인 정부 지침을 봐야 대응할 수 있을 듯 하다”며 “예전 기준으로 본다면 3단계 격상시 면적 300제곱미터 이상 소매점포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복합쇼핑몰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면세점 역시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정부의 발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점포 임시 폐쇄시 온라인 영업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관련 세부 지침의 경우 정부 발표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는 3단계가 시행되더라도 문을 닫지 않도록 하는 방안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그간 대형마트를 매개로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례는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는 판매 제품을 생필품으로 축소해 판매하도록 하는 한편, 입장객 수를 제한해 영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 관자는 “정부가 생필품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가장 큰 문제”라며 “정부와 마트, 고객이 보는 생필품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로부터 오는 충돌이 생길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리두기 격상이 반복될 때마다 고객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헷갈려 하는 점도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며 “대규모 점포(면적 300㎡ 이상 소매 점포)가 문을 닫고 9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는 것은 현재 2.5단계+α 기준이고 격상되면 또 달라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외식업계 역시 매장 내 취식금지 등이 검토된다는 설이 나오면서 불안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전국민 멈춤’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영업자들 역시 숨 죽인 채 정부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포장·배달만 가능해지면 최악의 매출 감소 사태가 일어날 수 있으며 특히 영세 한식 음식점의 피해가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단체는 "또 한 가지 우려되는 사항은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의 점심 대란"이라며 "배달과 편의점이 일정 부분 감당하겠지만 대다수 직장인은 점심 해결이 곤란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업 제한을 당하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바라며 정부 방역 대책을 묵묵히 따라온 외식업자에게 3단계 격상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또 다시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