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청문보고서 민주당 단독으로 기립 의결
김현미 퇴임식 논란·야당 피켓 항의에도 강행
'밀어붙이기·버티기' 일관에 청문회 무용론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28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야당의 반발에도 여당이 채택을 강행해 인사청문 무용론이 또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변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를 기립 표결로 의결했다. 재석 26명 가운데 찬성 17명, 기권 9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이 국토위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자력만으로 안건을 의결했다.
변 후보자의 자진사퇴나 지명철회를 요구해온 국민의힘은 표결을 거부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야가 논의할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했으나 진선미 위원장은 "더이상 절차 진행을 늦출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군의 희생을 모욕하지 마십시오', '출세에 눈이 먼 폴리페서 변창흠', '인사가 재앙이다' 피켓을 들고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지명철회" "원천무효" 구호를 외쳤으나 통과를 막지 못했다.
국토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회의 내내 변창흠 후보자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그동안 후보자를 현미경으로 지켜봤는데 너무 매도당한 점이 있다"며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한번 좀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회재 의원은 "변 후보자가 정책적 전문성을 가졌다는 점은 여야를 막론하고 동의하는 듯하다"며 "과거 노동인권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이 걸림돌인데, 여야 의원들이 혹독한 질책을 했고 후보자도 깊이 뉘우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간사인 이헌승 의원은 "지명 철회를 통해서 이번 인사 참사를 정상화시켜 줄 것을 촉구한다"며 "만약 청문 보고서 채택을 강행하면 동참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수준 미달의 후보자를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성난 민심을 더 화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토부가 이날 오후 5시쯤 김현미 장관 퇴임식을 예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희국 의원은 "국토위가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청와대는 이미 임명을 강행한 것"이라며 "명분과 실익 없는 청문 보고서를 부결시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진선미 위원장은 "제가 확인한 바로는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변 후보자 '부적격' 판단을 내렸지만, 청문 보고서 채택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심 의원은 "변 후보자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저급한 인식과 노동 인권 감수성 부족은 시대착오적이며 국민 정서와도 크게 괴리돼 있다"며 "부적격 핵심 근거를 꼭 (보고서에) 명시해달라"고 요구했다.
변 후보자는 과거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자를 가리켜 "걔가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 셰어하우스(공공임대주택) 거주자에겐 "못사는 사람들이 미쳤다고 밥을 사 먹느냐"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또 과도한 법인카드 사용, 막말 논란, 일감 몰아주기 등 의혹들이 동시다발로 제기됐다.
국토부 장관 임명이 현실화할 경우 변 후보자는 현 정부 들어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되는 26번째 장관급 인사가 된다.
아울러 인사 검증 절차에서 흠결이 확인됐는데도 임명을 강행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청문회 무용론'은 또다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여당의 밀어붙이기와 후보자의 막무가내식 버티기로 청문회가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 임명 동의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인사청문회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