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재구속으로 불확실성 높아진 삼성
M&A·투자 난망...미래 성장 상실 우려
코로나19 위기 극복-경제회복 기여 찬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구속으로 삼성의 미래에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모습이다.
국내 기업에서 총수가 차지하는 비중과 이 부회장이 국내 최대 기업 그룹의 총수라는 점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미래에도 불확실성을 더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향후 변화의 소용돌이가 클 수 밖에 없는 시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총수이기는 하지만 구속으로 인해 삼성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삼성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잘 갖춰져 있어서 경영에 큰 무리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 이 부회장이 구속됐던 2017년 삼성전자가 호 실적을 거뒀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운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다. 전문 경영인이 일상적인 개별 사업이나 사안을 처리하는 일은 가능하지만 미래 먹거리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은 그룹 총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총수가 숙고를 통해 결단해야 하는 사안들로 경영활동이 제한되는 옥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삼성이 지난 2016년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 이후 대규모 M&A가 없었고 지난 2018년 180조 투자와 2019년 시스템반도체 133조 투자 등은 이 부회장이 모두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했을 때 발표됐다는 점은 이와 무관치 않다.
또 과거 이 부회장의 부친인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반도체 사업 진출울 결단하지 않았더라면 반도체가 한 기업의 성장을 넘어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지금과 같은 성과는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은 미래 성장동력 발굴 기회를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의 성장이 총수 개인보다 시스템에 기반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일리(一理)가 있는 말이지만 전리(全理)는 아니다.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오랜기간 기업의 흥망성쇠를 겪으며 성장해 온 국가들은 몰라도 전쟁 이후 반세기만에 고도의 압축성장을 해 온 우리네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건희 회장이 과거 “지금은 천재 1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라고 말한 것은 비단 천재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1명의 리더가 강조될 수 밖에 없었던 국내 경영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는 생각이다.
기업과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시스템 구축은 분명 옳은 방향이지만 여건상 될 수 없었던 일을 한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이 부회장에게는 국내 최대 기업 총수로서 기업의 성장과 국가 경제에 기여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이 있다. 이번 구속으로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 것은 삼성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막대한 손실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부회장의 구속을 훗날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 퍼팩트(per-Fact)는 ‘사실에 대해’라는 의미로 만든 조어로 사실을 추구한다는 마음을 담겠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