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박 발주량 증가 흐름에 선박 가격 지수도 '기지개'
가삼현 대표 "이제 저가수주 안받아도…중하반기 선가 상승"
국내 조선업계가 새해부터 수주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선박 가격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진정세, 친환경 선박 교체 가속화 등으로 글로벌 선박 수요가 증가하면서 덩달아 선가도 올라 실적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선가 지수는 전월 대비 1포인트(p) 상승한 126p를 기록했다.
클락슨 선가 지수는 지난해 초 130p였으나 조선사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인한 수주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저가 수주에 나서면서 줄곧 하락세를 보여왔다.
아울러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가격은 8650만 달러(약 952억원), 2만3000TEU(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가격은 1억4300만 달러(약 1574억원)로 한 주 만에 각 50만 달러(약 5억5000만원)씩 상승했다. 이들 모두 국내 조선사의 주력 선종이다.
앞서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는 지난 14일 증권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신년 간담회에서 "지난해 4분기 국내 조선사들의 긴급 납기가 해소되면서 이제는 저가 수주를 받지 않아도 된다"며 "선가가 자연스럽게 올라가야 하는 시점이며 올해 중·하반기에 선가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세계적인 환경규제 추세에 따라 선박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선사들은 오염물질 배출량이 높은 노후선을 조기에 교체해야하기 때문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대비 24% 증가할 전망이다.
아울러 지난해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과 맺은 LNG선 계약 물량 발주도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페트롤리엄은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과 약 100척 도크 계약을 맺었으며 올해부터 2024년까지 연간 20~30척씩 수주가 예상된다.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파리 기후변화 협약 재가입 등 친환경 트렌드는 LNG 수요를 높여 LNG선의 가격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조선사는LNG선 건조 부분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LNG선 수요 상승이 수주실적으로 직결된다.
나아가 철강 제품 가격 급등도 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최근 중국의 철강감산 조치 및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의 급등 등 요인으로 인해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발주 물량 증가로 조선업계에 일감이 몰린 상황에서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조선사는 후판 가격 증가분을 선사에 전가할 수 있다"며 "조선사와 선사간의 선가 힘겨루기가 진행돼 하반기부터 선가 상승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