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 1~10위 대부분 중저가아파트
탑 10위 유일 강남권 아파트 ‘파크리오’ 포함...신고가는 ‘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빗겨간 잠실 파크리오 아파트가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3위를 기록했다. 거래량 1~10위 아파트는 대부분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중저가 아파트가 모여있는 지역에서 나왔다.
강남권에서 거래량 10위 안에 든 아파트는 파크리오가 유일하다. 이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풍선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규제를 통해 투기세력을 통제하겠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규제 부작용은 언제나처럼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25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는 ‘강북권’의 SK북한산시티와 신동아1단지, ‘강남권’의 파크리오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SK북한산시티(390건·강북구 미아동) ▲신동아1단지(295건·도봉구 방학동) ▲파크리오(272건·송파구 신천동) ▲중계그린(262건·노원구 중계동) ▲한신한진(237건·성북구 돈암동) ▲벽산5단지(230건·금천구 시흥동) ▲관악드림타운(226건·관악구 봉천동) ▲중계무지개(22건·노원구 중계동) ▲정릉풍림아이원(214건·성북구 정릉동) ▲보람(199건·노원구 상계동) 순이다.
노도강, 금관구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이 많은 것은 6억~9억 이하 중저가 아파트 비중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 ‘패닉바잉’(공황매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기록적인 매수열풍이 불었다. 서울에 내집마련 목표를 갖고 있는 수요자들은 자금부담이 적고 대출규제를 덜 받는 비교적 저렴한 지역부터 매수해 나간 것으로 분석한다.
SK북한산시티의 경우 84㎡(이하 전용면적)의 최근 매매가가 7억5000만원 전후였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매매가는 6억 전후였으니, 보금자리론 등 이용할 수 있는 대출상품이 많았다.
신동아1단지 84㎡는 가장 최근거래가 지난 8일 5억9800만원에 이뤄졌고, 중계그린은 가장 넓은 평수인 59㎡가 지난해 말 5억9000만~6억4000만원 사이에서 거래됐다.
이와 반대로 파크리오 84㎡는 20억원 초반에서 거래가 형성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손에 꼽는 고가 아파트 단지로, 강한 대출규제를 받는 이 단지의 거래량이 이례적으로 높은 것은 인근 잠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풍선효과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정부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예정된 대치·삼성·청담·잠실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허가대상 면적 초과 토지(주거지역 18㎡·상업지역 20㎡)를 취득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세 보증금을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전면 차단되며 2년 실거주 요건도 채워야 한다.
파크리오는 행정동으로는 잠실4동·6동이지만 부동산 규제의 기준이 되는 법정동으로는 신천동이기에 규제를 피해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재건축 대어 잠실5단지와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파크리오 84㎡는 지난해 1~6월 큰 가격변동 없이 16억~17억원 사이에서 실거래됐으나 연이은 신고가를 터뜨리며 현재는 22~23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당시 투자자들은 단지가 인근 재건축 아파트 완공·토지거래허가구역 호재를 만나 25억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시장을 규제하면 풍선효과가 일어나고, 투자자들은 규제의 구멍을 찾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강력한 규제를 통해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정책기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