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관련된 문건을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공무원들의 공소장이 공개된 가운데 삭제 파일 중에는 북한 원전건설 추진 방안도 포함됐다.
28일 SBS가 입수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산자부 공무원들의 원전 관련 530건 자료 삭제 목록에는 북한 관련 파일이 17개 있었다.
이 파일들은 모두 '60pohjois'라는 상위 폴더에 있었는데, 'pohjois'는 핀란드어로 '북쪽'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핀란드어까지 쓸 만큼 보안에 신경을 썼던 것으로 추정된다.
삭제 파일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북원추'(북한 원전 추진방안으로 추정)라는 폴더에서 두 가지 버전의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파일이 삭제됐고, 다른 폴더에서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 '북한 전력산업 현황과 독일 통합사례' 파일이 삭제됐다.
17개 파일 가운데 생성 날짜가 적힌 6개 문건 모두 2018년 5월 2일~15일 작성됐다. 문건 시기는 2018년 4월 27일 제1차 남북 정상회담과 5월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 사이다.
4·27 판문점 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신(新) 경제 구상'을 담은 유에스비(USB) 저장장치를 건넸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그해 4월 30일 직접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김 위원장에게 신경제 구상을 담은 책자와 PT(프레젠테이션) 영상을 건네줬다"며 "그 영상 속에 발전소와 관련한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2018년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북한 원전 건설 방안 추진에 대해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남북 정상회담 어느 순간에도 원전의 '원'자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북한에 원전을 지으라는 지시는 들은 적 없다"며, "당시 남북관계가 열리는 상황에서 언급됐을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