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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입주가 5년? 말도 안돼"…정부 계획이 힘든 '두가지' 이유


입력 2021.02.09 06:00 수정 2021.02.08 17:41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이주 기간 민간 대비 2배…2년 이상 걸릴 가능성 있어

입주권 미부여, 향후 지구 지정 시 신규 매입자 반대 직면

서울 흑석동 흑석뉴타운2구역 일대 전경.ⓒ연합뉴스

정부가 공공이 주도하거나 직접 시행하는 정비사업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사업기간을 단축시켜주기로 했다. 조합총회나 관리처분인가 등 절차를 생략하고 통합심의 등을 적용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그간 정부는 공공이 참여하는 정비사업을 강조해 왔다. 민간에 맡기면 인근 집값이 급등하고, 개발이익을 조합이 독점하는 등의 문제가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번에 발표한 2·4 공급대책의 물량 역시 대부분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이 진행되는데도 민간의 규제를 풀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다.


대신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사업기간의 단축이 대표적이다. 100가구 이상을 기준으로 10년 이상이 걸렸던 사업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겠다는 설명이다.


종전에는 사업인가에 41개월, 관리처분 37개월의 시간이 걸렸다면, 사업인가는 18개월 내로, 관리처분은 생략하는 방식으로 기간을 당긴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이주 기간'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보통 민간이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자진이주 기간을 3개월로 짧게 가져간다. 가능한 빨리 이주시킨 후 철거를 하는 등 사업을 앞당겨야 금융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후 자진이주 기간이 종료되면 명도소송을 진행하고 강제집행을 하거나 그 전에 이주를 했다면 취하해주는 방식을 적용한다. 확정판결이 나오기 까지 6~8개월이 소요된다. 자진이주 기간 내에도 명도소송을 진행하는 조합도 있다.


반면, 공공은 자진이주 기간으로 민간보다 두배는 긴 6~12개월을 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이때 미이주 가구가 있다면 명도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확정판결 기간까지 포함하면 2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제시한 사업 기간의 절반 가까이를 이주기간이 잡아먹는 셈이다.


공급계획이 발표된 지난 4일 이후 개발사업 구역 내 신규 매입 건에 대해 우선 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한 점도 사업 진행을 더디게 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개발구역 지정이 안됐고, 후보지 역시 모호한 상태다.


개발구역 확정도 안된 상황에서 부동산을 매입했다가 향후 구역 지정으로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신규 매입자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현금청산은 감정평가 금액으로 보통 시세의 60~70%로 산정된다.


거기다 1가구 1주택을 원칙으로 해 구역 내 여러 채를 가지고 있더라도 공급권을 그만큼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공급권이 부여되는 한 채 외에는 모두 현금청산 대상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공공 정비사업'이 악재로 여겨져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5년 내로 사업기간을 당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금융 비용 탓 이주에 공을 들이는 민간과 달리 공공이 참여하게 되면 이주가 매끄럽게 진행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 현금 청산자들은 더 많은 금액을 받기 위해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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