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코스피 지수 견인하는 반도체 대장주들
5개월 만에 '6만 전자'…SK하이닉스도 연일 상승세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에 외국인 수급 개선…모건스탠리도 상향 조정
中 이구환신 정책과 맞물린 낸드 가격 인상도 호재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삼성전자의 주가가 장중 6만원을 넘어서고 SK하이닉스도 연일 상승세이다. 앞서 모건스탠리도 두 회사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보다 낸드(NAND), 일반 DDR5 등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1700원(2.91%) 오른 6만2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0월 31일 이후 5개월여 만이다.
SK하이닉스도 전 거래일보다 4500원(2.19%) 오른 2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힘을 얻는 상황에서 국내 관련주에 대한 외국인 수급 개선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전기전자·대형주 중심의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이재용 회장의 발언과 전날 개최된 주주총회 내용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할 때"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개최된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예고하며 투자 심리를 자극하기도 했다. 실제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각) 개최된 자사 연례 개발자 회의(GTC2025)에서 "삼성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차세대 제품인 HBM4 관련 샘플을 엔비디아 측에 공급한 사실이 공개돼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중국의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과 맞물린 낸드플래시 가격 인상 흐름도 호재라는 평가다. 가전·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교체 수요 증가에 따라 반도체 고객사들의 재고 축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업계의 가격 인상이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거란 관측이다.
실제로 감산 및 재고조정을 이어오던 반도체 업계는 내달 1일부터 차례로 가격 인상에 나선다. 미국 샌디크스는 내달 1일부터 가격을 10% 올리기로 했고,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양쯔메모리(YMTC)도 인상을 예고했다. 시장점유율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메모리 출하량 증가 및 가격 안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 분기 대비 실적 개선 방향이 주가에 긍정적 신뢰감을 부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관련 흐름을 반영하듯 지난해 9월 반도체 업종의 '겨울'을 전망했던 모건스탠리마저 태세를 전환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계곡(The Valley·침체)' 너머를 보고 있다"며 "2026년까지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긍정적 전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목표가는 기존 6만5000원에서 7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SK하이닉스 목표가 역시 기존 15만원에서 23만원으로 올랐다.
일각선 낙관론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수요만 봐서는 기대가 앞서는 것일 수도"
다만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긍정적 재료들이 늘어나는 분위기지만, 구체적 수요 증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공급 축소, 관세 부과 전 재고 축적 등의 요인이 있어 단순 수요만으로 업황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며 "수요만 봐서는 기대가 앞서는 듯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중국 경제 지표 혼조세 등을 언급하며 "미국이든 미국 외든, 경기 기대는 잠시 내려두는 쪽이 맞아 보인다. 반도체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