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개원 50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 개최
공정 시장생태계 “융합형·한국형으로 진화돼야”
산업·시장, 노동·교육, 공공·재정 관련 토론
개원 50주년을 맞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7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What's Next? KDI가 본 한국경제 미래과제’라는 주제로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KDI는 한국경제가 지난 50년간의 급속한 성장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경제적 부작용들을 해소하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선진국형 경제패러다임을 정립해야 할 시점으로 보고, 그간의 성과 공유와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의 실행방안을 토론하는 공론의 장을 펼친 것이다.
지난 1년여 동안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거시경제, 산업·시장, 노동·교육, 공공·재정, 지역발전, 문화, 남북관계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연구를 수행하며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지향점을 고민해왔다는 설명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산업·시장’, ‘노동·교육’, ‘공공·재정’, ‘OECD 특별세션’으로 나눠 세션별 전문가 발표와 지정토론과 자유토론으로 진행됐다.
산업·시장 부문에서는 남창우 KDI연구위원이 향후 미래의 산업발전방향으로 신기술 집약적 산업과 선도형 신산업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서는 산업정책과 규제개혁이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정책의 경우 신산업을 위한 시장창출·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기업생태계 조성·서비스 효율화를 위한 R&D 투자지원에 주력을, 규제개혁 측면에서는 금융시장의 진입규제 완화·헬스케어산업의 네거티브 규제화·블록체인기술에 대한 규제정비·전문자격시장 진입 완화 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진국 KDI연구위원은 공정한 시장생태계 조성을 위해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배구조가 소유경영과 전문경영의 장점이 더불어 발현되는 융합형·한국형 기업지배구조로 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당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사적이익 추구 행위를 원천 봉쇄해 시장의 경쟁성을 높이고, 기업 간 거래의 공정성 확립을 위해 처벌수위를 강화하는 양방향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동·교육 분야와 관련해서는 박우람 KDI연구위원은 짧은 근로시간과 높은 생산성으로 대변되는 효율적인 노동시장을 이뤄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일의 가치와 성과에 따라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는 노동시장을 추구하는 동시에 노동자와 사용자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윤수 숙명여대 교수는 기술진보에 대한 개인의 적응력을 높이고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대응하려면 교육정책의 외연을 학령기 교육 중심에서 성인기 교육·훈련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공공·재정 분야에서 윤지웅 경희대 교수는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미래 정부는 디지털 기반의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고 민간의 지속적 혁신을 지원하는 똑똑한 정부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존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절대 비중을 늘리기보다는 미래 수요에 맞춰 사회서비스 등 전문역량을 함양한 인재가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공직을 재구성하고,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민간기업이 혁신활동을 할 수 있게 규제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태석 KDI연구위원은 인구구조와 기술변화에 대응한 지속적인 복지혁신과 복지개혁을 통해 국민행복을 지원하는 제도 구축이 시급하다며 지원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변화에 따라 정부와 민간이 공급능력을 확충하고 수혜자의 다양한 요구에 긴밀하게 대응함으로써 다층적 복지서비스 제공과 함께 지속가능한 복지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으로 감당 가능한 총부담 수준과 공정한 분배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OECD 특별세션에서 로미나 보아리니 OECD WISE센터 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저임금 일자리가 크게 감소했고 청년일자리 비중이 높은 업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불평등과 취약성이 코로나19 위기로 더욱 심화됐다”면서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으로의 전환과 취약계층에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포용적 노동시장과 관련해서는 높은 임금격차,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낮은 이동성, 여성근로자의 저임금 일자리 편중, 교육·훈련에 대한 낮은 접근성 등을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며,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저숙련·비정규직을 위한 사회보험의 적용범위 확대와 새로운 형태의 근로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국내 기업생태계는 불균형 완화와 대기업 중소기업 간 협력 강화 및 원스톱 지원체계 재설계, 포괄적 글로벌 가치사슬 전략 등을 과제로 들었다.
KDI 이번 개원 50주년을 맞아 기획된 국제행사로 이후에도 한국 사회가 직면한 경제사회 문제에 대한 토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이번 토론에는 KDI 홈페이지 중계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