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최대 변수로 떠오른 '야권 단일화'
데일리안 서면질의에 응답한 8인의 후보들 속내
野 후보들 "무조건 단일화" 한 목소리에
與 후보도 "단일화 될 확률이 높다" 점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후보들이 공약한 대로 야권 단일화로 가능할지, 또 그 과정에서 '화학적 결합'까지 이룰 수 있을지에 따라 민심이 출렁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범야권 유력 후보 중 가장 먼저 출마 선언을 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출마 선언과 동시에 '야권 단일화'를 약속했고, 국민의힘 후보들 역시 앞다퉈 단일화를 약속했다.
현재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화는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오신환 전 의원이 치르는 국민의힘 내부 경선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이 치르는 이른바 '제3지대' 경선이다. 양쪽에서 승리한 후보가 다시 최종 단일화를 이뤄야만 범야권 단일화가 완성되는 구조다.
6명의 범야권 야권 후보들은 단일화 필요성과 전망을 묻는 데일리안의 서면 질의에 '반드시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나타냈다. 대다수 후보는 '반드시 내가 되어야 한다'기보다는 누가 문재인 정부 심판을 위해선 야권 단일화가 필수적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야권 단일화 여부와 관계없이 서울시민을 바라보며 경쟁할 것을 다짐하며, 단일화가 되더라도 국민이 공감할 수 없을 거라는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야권 단일화가 본선 경쟁력에 위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나경원 "野 단일화, 숙명적 과제…반드시 성사하고 본선에서 與 이길 것"
오세훈 "서울시민들과 국민들이 野 단일화 원해…반드시 이뤄낼 것"
조은희 "野 단일화는 시민의 명령…나도 기득권 내려놓고 힘 합할 생각"
오신환 "'단일화=승리' 보장 못 해…필승카드는 오신환뿐"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야권 단일화의 필요성을 '정권 심판'에서 찾았다. 나 전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은 문재인 정권 심판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공감하고 계신다"며 "다양한 변수가 있겠으나, 정권심판론을 누그러뜨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관점에서 시민들은 야권 단일화를 숙명적인 과제로 인식하고 계신다"며 "후보의 한 사람으로서 반드시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키고 최종 본선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이길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역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고의 뜻으로 시민들이 야권 단일화를 원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오 전 시장은 "서울시민들과 국민들이 야권 후보 단일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반드시 단일화를 이뤄낼 것"이라며 "서울시민들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문재인 정권에게 준엄한 경고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문재인 정권은 서민, 취약계층, 청년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밀어버렸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런 문재인 정권의 행동에 분노한 유권자들의 거센 저항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민주당 10년의 서울'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조 구청장은 "이번 선거는 문 정부와 전임 시장의 실정에 대한 심판의 선거"라며 ". 민주당 10년 서울을 심판하고, 불판을 갈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권 단일화는 '시민의 명령'이다. 무조건 단일화는 이루어져야 한다. 어떠한 정치공학적 판단도 배제하고, 시민중심의 '통 큰 결단, 통 큰 양보'를 통한 단일화만이 서울시장과 내년 대선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며 "나도 어떠한 방식이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힘을 합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오신환 전 의원은 국민의힘 후보들 중에선 유일하게 자신을 '필승 카드'로 내세웠다. 오 전 의원은 "각 기관의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시민들 요구는 두 가지"리며 "하나는 야권의 승리를 바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단일화해야 이긴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전 의원은 다만 "단일화만 한다고 해서 승리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며 "단일화 과정에서 시너지를 만들어야 하고, 보수부터 진보까지 야권 지지층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후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를 미래 대 과거의 싸움으로 몰고 가 승리를 가져올 필승카드는 오신환뿐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상황…국민 명령이자 시대정신"
금태섭 "국민의힘보다는 제3지대에서 야권 후보 나오는 게 유리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야권 단일화'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현재 상황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표현하며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이제 가능성의 시간을 지나 필연의 차원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안 대표는 "정권교체를 바라시는 야권 지지자 가운데 후보 단일화에 반대하는 분이 없기 때문"이라며 "야권에서 단일화는 이제 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정신이 됐다"고 했다.
그는 "가장 경쟁력 있고 확장성 있는 후보가 단일후보가 돼야 사상 최강의 조직력을 갖춘 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며 "누가 음습하고 부도덕한 시정을 싹 바꾸고, 정권교체를 앞당기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시장인지 현명하게 판단하고 선택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범야권' 후보가 된 금태섭 전 의원은 "제3지대에서 야권 후보가 나오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금 전 의원은 "본질적으로는 판을 깨는 것이 중요하지, 제3지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며 "정치인을 팬클럽처럼 지지하는 사람들 말고는 어디에도 의지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엄청난 불안정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제가 단일화 과정에서 승리한다면 그동안 진중권 교수 등 소수의 비판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세력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이번 선거에서 이뤄낼 수 있는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도 이젠 바뀔 때가 됐고, 10년 전 출마했던 후보들로는 변화가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런 면에서 중립적 시각으로 볼 때 새롭고, 합리적 정치인으로 인정받는 제가 낫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원칙도 가치도 없는 반문연대 단일화 누가 공감?…
그럼에도 野 단일화하면 본선에서 '엎치락뒤치락' 어려울 것"
박영선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정쟁에는 대응하지 않을 것
상대 후보 누가 되든 서울시민만 바라보고 제 비전 제시하겠다"
반면 여당 후보인 우상호 의원은 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은 높다고 점치면서도, 서울 시민들의 공감대를 끌어내길 역부족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원식 의원은 "국민의힘과 안철수 후보 양쪽 다 단일화는 사활을 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까지 타격을 받을 거고, 안철수 후보도 대권에 두 번이나 도전하다가 서울시장에 도전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본인으로 단일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 모두 양보하기 힘든 경쟁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삐걱삐걱 대면서 단일화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다만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가 된다고 한들,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게 아름답게 될까? 원칙도 없고 가치도 없이 오로지 반문연대의 단일화를 누가 공감할 수 있겠나?"라고 회의적 시각을 나타냈다.
우 의원은 그럼에도 야권 단일화가 여당에 '위협적'일 것이라는 데는 공감했다. 그는 "야권 후보가 단일화 돼서 여당과 야당이 1:1 구도를 이루면, 본선에서 엎치락뒤치락 어려운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장에서 서울시민 분들을 만나면 제발, 코로나19를 빨리 이겨낼 수 있게 해 달라, 먹고 사는 문제 걱정 없게 좀 해 달라, 코로나 때문에 벌어진 격차 좀 줄여달라며, 서민의 삶을 아는 서민시장 우상호가 적임자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이번 서울보궐선거는 민생을 위해 뛸 후보가 누구인지 냉정하게 평가해 주실 거고, 결국, '불평등과 격차해소'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할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주실 것이라고 본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원론에 가까운 답변을 내놨다. 박 전 장관은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인 만큼, 서울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정쟁에는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대 후보가 누가 되든 저는 서울시민만 바라보고 제 비전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