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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전 펑펑 써대는 혈세…국가 예산 시스템 사실상 마비


입력 2021.02.24 07:00 수정 2021.02.23 21:21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재난금 본예산 편성 골든타임 놓친 정치권

우려대로 '포퓰리즘식' 추경 편성에 혈안

여당 요구 반영시 국가채무 48.3% 증가 전망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10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당정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과도한 혈세 낭비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예산이 유례없는 '558조 초슈퍼 예산'으로 편성된 상황에서 연초부터 20조원 전후로 예상되는 추경 집행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떠안길 수 있다는 것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안 편성 관련 "20조원을 전후한 숫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이날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위기 대응 과정에서 확대된 유동성이 금융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히면서 정부도 추경 확대 편성에 같은 기조임을 시사했다.


선거철 표심 잡기에 돌입한 정치권으로 인해 국가 예산 시스템은 사실상 마비된 모양새다. 정치권이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추경을 통한 재난지원금 지급 카드를 이용할 것이란 관측은 지난해 '2021년도 본예산' 편성 전부터 나왔었고 정치권에서도 이를 예방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국민의힘은 허수가 많은 한국판 뉴딜 예산(21조3000억원)을 삭감해 재난지원금을 반영하자고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뉴딜 예산을 포기하지 못했다. 결국 여야가 예산 순증 방식으로 합의하면서 재난지원금 예산 규모는 '찔끔' 늘어나는데 그쳤고 555조 규모 슈퍼예산안은 더욱 비대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코로나 위기를 예상하고 예산 범위 내에서 탄탄하게 지원금을 마련할 여력이 있었음에도 정치권이 정쟁 논리에 사로잡혀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기 확보된 세수를 활용하는 본예산보다 국채를 발행하는 추경이 '국민 지원'이라는 생색을 내기 수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원식 한국경제학회 부회장은 "작년 말 야당에서 올해 상황을 고려한 코로나 예산을 편성하자고 요청했는데 여당에서 시늉만 하고 끝났다"며 "정치적 수단으로서 본예산은 빈틈없이 빽빽하게 채워넣고서는 코로나 예산은 마치 예측 불가한 새로운 일에 대응하는 듯 추경을 짜고 있다. 경제가 정치에 오염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지금 시기, 예산 '추가'보다는 '경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 부회장은 "추가경정에는 추가 개념도 있지만 기존 예산을 뜯어고치는 경정 개념도 포함돼있다"며 "지금은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예산을 대거 삭제하고 코로나 예산을 편성하는 '경정'이 필요한 시기인데 정치권은 선거에 눈이 멀어 돈만 풀려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학계와 연구진들은 한국판뉴딜, 공무원 등 기존 예산 감축을 통해 코로나 관련 예산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새로운 것이 없는 한국판 뉴딜 정책, 예비타당성조사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사업 등의 추진은 생산적인 곳에서 세금을 걷어 비생산적인 곳으로 재원을 이전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아 경기부양 효과는 없고 국가채무만 증가해 장기성장에 역효과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실장은 "정부가 81만개 공공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지난 4년간 본예산 85조3000억원에 추경예산 41조5000억원을 더한 총 126조8000억원에 달하는 재정을 일자리 관련 사업에 투입했다"면서 "결국 고용대란과 분배참사라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 역시 "지금 같은 위기에는 공무원 임금을 억제 또는 동결해야 하고 기타 행정비용 절감해야 한다"며 "규제를 완화해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야 하는 판국에 한국판 뉴딜은 민간사업이 없고 다 정부사업뿐"이라고 지적했다.


정책 부작용을 재정으로 해결하려는 재정만능주의로 인해 결국 올해 558조원 규모 초대형 예산이 등장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예산이 6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더 큰 문제는 매년 급증하는 국가부채다. 기재부는 지난해 2021년도 예산을 편성할 당시 국가부채는 956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7.3%으로 각각 예측했다. 그러나 여당 요구에 따라 적자국채를 20조원 발행하면 국가채무는 976조원,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3%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단행한 3차례 추경 효과가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본예산 이외에 추경 편성은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치권 '표퓰리즘' 돈 풀기에 더 이상 국가 예산시스템이 끌려가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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