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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격 사퇴①] 불붙은 대망론…"자유민주주의 지키겠다"


입력 2021.03.05 00:30 수정 2021.03.05 05:23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중수청 반대 이틀 만에 좌고우면 없이 사퇴

'법치와 상식' 정체성 무장 "국민 보호하겠다"

정치권 격동…중도·보수 연합 시나리오도

여권 1위 이재명 "합리적 경쟁하자" 의미심장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일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반기를 올린 지 이틀 만의 일이다. 현직 검찰총장 신분이어서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정계 진출 혹은 대선 출마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여의도 일각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대선에서 맞붙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날 대검찰청 앞에서 밝힌 사의 표명의 내용은 짧았지만 명확했고, '법치와 상식'이라는 윤 총장의 정치적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담겼다. 그는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비교적 명확한 시그널을 보였다. 윤 총장은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면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에 진출해 자신의 철학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한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신 분들, 그리고 제게 날선 비판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도 남겼다.


좌고우면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초 정치권 안팎에서는 중수청 반대를 표명한 윤 총장이 공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넘긴 뒤, 사퇴 시점을 저울질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정치권의 예상을 깬 허를 찌른 한 수였다.


특히 윤 총장이 선택한 사퇴 '시점'을 두고 더욱 명확한 대선 출마로 읽는 정치권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4.7 재보선에 영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 촉박한 대선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서는 절대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꼽는다.


무엇보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발의한 이른바 '윤석열 방지법' 리스크를 감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검사의 경우 사직 후 1년간 공직선거 출마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률안이다. 만약 처리될 경우 오는 3월 9일 이후 사직한 판검사는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통화에서 "'윤석열 방지법'이 처리되거나, 설사 처리되지 않더라도 쓸데없는 논란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며 "윤 총장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추후 정치적 선택에 제약을 받을 수 있는 '윤석열 방지법'을 의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청 주관 경기도 국회의원 초청 정책협의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 총장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현재 구체적으로 알려진 정보는 없다. 분명한 것은 확실한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았던 야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이다. 특히 윤 총장의 등장을 계기로 중도와 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정치세력이 형성될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현종 논설위원은 "윤 총장이 보수진영의 재보선 승리에 기여한다면, 서울·부산시장과의 연대 효과로 이른바 중도라인을 형성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가지고 있던 보수에 더해 중도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성신여대 교수는 "여당의 재집권이 당연시되던 상황에서 이제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며 "어차피 기존의 지지세력 사이의 대결에서는 여권이 우세하다. 여당의 뻔뻔스러움과 무책임함에 질려 버린 젊은 세대와 중도층을 흡수하는 것만이 승리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여권의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맞대결을 예상하기도 했다. 선거의 기본 공식이 상수와 대항마라면, 두 사람의 관계가 이 구도에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두 사람이 지나온 삶과 스타일을 비교해보면 대립 구도가 선명하게 세워진다"고 평가했다.


윤 총장의 사의를 두고 여권에서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이 지사가 내놓은 반응은 의미심장했다.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한 이 지사는 "(윤 총장이) 이제 한 명의 국민으로서 정치적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표현도 충분히 하고, 결국 정치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합리적 경쟁을 통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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