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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성의 여정] '흑석의겸'의 국회 입성에서 얻은 교훈


입력 2021.03.05 07:00 수정 2021.03.05 05:25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의원직 승계 예정자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정권의 이중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인물을 뽑으라면, 개인적으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첫손가락에 꼽는다. 물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고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면서도 편법으로 자녀의 입시를 도운 게 사실이라면 '내로남불'의 전형이라 하겠다. 그래도 현직일 때 일은 아니었으니 2순위로 미루자.


하지만 김 전 대변인은 다르다.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국민에게 전하는 '대통령의 입'이었던 그다. 집값 폭등을 막겠다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최전선에서 대통령의 뜻을 전했던 이도 김 전 대변인이다. "부동산 문제는 자신있다"는 문 대통령의 말과 함께 정책홍보에 열변을 토했던 김 전 대변인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뒤로는 자신의 거의 모든 재산 15억 원과 은행 대출 10억 원을 동원해 재개발 예정 지역 부동산을 구매했던 게 드러났다. 소위 말하는 '영끌'이었다. 등잔 밑이 어두웠던가, 집값 폭등의 원인 제공자를 멀리서 찾을 게 아니었다.


해명이랍시고 내놓은 첫 마디가 "이 나이에 전세를 살고 싶진 않았다"였다. "연로한 모친을 모셔야 했다" "아내가 한 일로 당시엔 몰랐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공감대 형성이 목적이었는지, 동정심에 호소였는지 지금도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겠다.


현장에서 해명을 보며 들었던 생각은 이랬던 것 같다. '여러분, 집값을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거짓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내집마련과 안정적인 노후 보장을 위해서는 당길 수 있는 만큼 대출해서 부동산에 투자하세요.'


불법은 아니었기에 김 전 대변인은 억울할 수 있겠다. 사건의 책임을 지고 대변인직에서 물러났으며, 차익을 기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실제로 매각 대금 중 세금과 각종 부대비용을 제외한 순이익 3억7,000여만 원 전액을 기부했다고 한다. 사퇴한 사람을 두고 언론이 과도한 비난을 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 같은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김 전 대변인이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그 진정성이 의심됐기 때문이다. 과연 출마의 뜻이 없었더라도 차익을 기부하겠다고 했을까. 처음부터 언론의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과정이야 어찌 됐든 김 전 대변인은 집을 포기한 대가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김 전 대변인의 말을 믿고 영끌하지 않았던 무주택자들은 집값 폭등으로 '벼락 거지' 신세를 면하기 어렵게 됐다. 영끌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20~30대 젊은 세대들은 오죽할까. 의원님이 된 김 전 대변인을 앞으로 국회에서 얼마나 마주칠지 모르겠지만, 그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 것 같다. #믿은_내가_바보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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