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사퇴하는 이낙연, 1년새 지지율 반토막
이재명, 지지율 격차 벌렸지만 견제 심해져
첫번째 변곡점은 4·7 보궐선거 성적표 될듯
윤석열, 여권 대권 구도에 미칠 영향에 주목
더불어민주당 대권 구도는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굳히기'냐 아니면 선두를 탈환하려는 이낙연 대표의 '뒤집기'냐로 요약된다. 대선을 1년 앞두고 본격적으로 링 위에 올라가게 되는 이들에게 1차 변곡점은 4·7 재보궐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이낙연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차기 대선 1년 전인 오는 9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난다. 김태년 원내대표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이 대표는 8일 선대위 1차 회의를 주재한다. 이어서 9일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소회와 함께 향후 계획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 재임 기간 대체로 '안정적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출범시켰고, 국가정보원법과 경찰청법 등 권력기관 개혁 입법, 5·18 특별법 등 과거사법, 공정경제 3법 등 상당한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초 '통합'을 화두로 띄우며 제시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은 지지층의 강한 반발을 부르며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다. 매사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의미의 이른바 '엄중 낙연' 화법도 답답하다는 인상을 줬다.
결과적으로 한때 40%까지 치솟았던 이 대표의 지지율은 불과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반등의 기회는 4·7 재보궐선거 성적표에 달렸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성추행 사건에 휘말려 치러지게 되는 만큼 결코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이 대표의 확실한 '공'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산에서의 승리는 호남 출신인 이 대표의 'PK 확장성'을 간접적으로 입증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재명 지사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인 이낙연 대표와도 두 배 가까이 격차를 벌렸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2월 넷째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29.3%, 이낙연 대표는 15.2%를 기록했다. 이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4.6%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아웃사이더'로 분류됐던 이 지사가 지지율 1위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는 단연 이슈 선점 능력이 꼽힌다. 특히 기본소득 의제는 수년 전부터 이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필생에 이루고 싶은 정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기본소득제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 등 기본 시리즈로 발전시키는 중이다. 차기 대선에서도 그의 핵심 정책으로 들고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지사는 '비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 결집과 정책 공약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일에는 경기도 지역구 국회의원 30여 명을 초청해 여의도에서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그가 여의도를 방문한 것은 지난 1월 26일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 이후 약 5주 만이다. 당시에도 20여 명 의원들이 몰리는 등 차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지사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이 지사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는 21세기 복잡한 시대정신을 간파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 번도 주류였던 적이 없는 변방의 성남시장이 도지사를 거쳐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가 됐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이 지사는 명확하게 인풋과 아웃풋이 나온다. 그런 명확한 성과에 국민이 신뢰를 보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세력이 후계자 자리를 순조롭게 내어줄 것이냐가 최대 변수다. 이 지사는 "'사람이 먼저인, 사람 사는 대동세상'을 이루고 싶은 제 꿈은 민주당이라는 든든한 울타리와 열정적인 우리 당원들 없이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가치"라며 일각의 탈당설에 선을 그었지만, 끝내 친문 세력이 이 지사를 대선주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내에선 '대선 경선 연기론'이 흘러나오는 등 이 지사를 향한 견제가 가시화됐다. 기본소득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 비판도 쏟아졌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무조건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붓는 거로는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이낙연 대표는 "알래스카 빼고 하는 곳이 없다"고 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나자"고 했다.
이 지사를 향한 친문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여러 잠룡을 한 번에 링 위에 올리자는 '제3후보론'까지 고개를 들었다.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대표를 제외하고 민주당 내 '제3후보'로 첫 손에 꼽히는 인사는 정세균 국무총리다. 정 총리는 6선 국회의원, 산업자원부 장관, 집권 여당(열린우리당) 대표, 국회의장, 국무총리 등 화려한 이력과 풍부한 역량이 최대 강점이다. 그 밖에 김경수·김두관·김부겸·이광재·이인영·임종석·양승조·최문순·추미애 등이 거론된다.
여권이 추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공개 반발해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권의 대권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윤 전 총장 사퇴 직후 이재명 지사는 "결국 정치를 하실 것으로 판단되는데 합리적으로 경쟁하자"고 말했다. 이낙연 대표는 "공직자로서 상식적이지 않은 뜬금없는 처신"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윤 전 총장에게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하라"고 쏘아붙였던 정 총리는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관계자는 "이 지사는 야권에 유력 주자가 없어서 자신에게 견제가 쏠린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다 보니 윤 전 총장의 정치 신호탄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라며 "이 대표는 당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변수가 생기는 게 탐탁지 않지만 확전할 수도 없으니 말을 아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정 총리의 반응에 대해서는 "내각의 책임자이지만 윤석열 사퇴 정국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