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SNS 정치' 시작할듯…곧 담당자 선임
코로나 창궐로 인한 언택트 문화 속 최적 수단
기존 SNS 강자들과의 '메시지 대결'에 기대감
재보선 계기로 오프 활동 나설 잠룡들도 상당
내년 3·9 대선을 1년 앞두고 야권의 대권주자들이 활동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코로나 창궐로 인한 언택트 문화를 감안해 현재로서는 SNS 공간에서의 경쟁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일부 주자는 4·7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오프라인으로의 보폭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SNS를 통해 향후 정치 현안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기로 하고, 메시지를 담당할 인사를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선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석열 전 총장은 정국 현안 중의 하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투기를 한 것"이라며 "(국토부) 자체 조사로 시간을 끌고 증거를 인멸하게 할 게 아니라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은 한 매체와의 통화를 통해 전해졌다. 그러나 향후 정국 현안에 대해 이런 식으로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입장을 신속하게, 또 광범위하게 알릴 수 있는 'SNS 정치'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당초 윤석열 전 총장은 사퇴 직후 '특강 정치'에 나설 것으로 점쳐졌지만, 오프라인 활동은 좀 더 시간을 갖고 펼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국 로스쿨을 돌며 현 정권의 자칭 '검찰개혁'의 실체를 비판하는 특강을 갖는 것도 한 방법"이라면서도 "코로나 때문에 로스쿨도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특강 환경이 여의치는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유승민, '희망22' 개소 이후 SNS로 예리한 공세
"지금 시대의 과제는 경제" 자신의 강점 '부각'
원희룡도 'LH 투기'에 사흘 연속 SNS '어퍼컷'
현직 단체장 신분이라 당분간 SNS에 주력할듯
윤석열 전 총장이 새롭게 '개척'에 나서는 'SNS 정치' 공간에서 국민의힘 대권주자로는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희망22 개소 이후 SNS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데, 메시지가 날카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도 'LH 투기 사태'와 관련 "공공주도개발이 주범"이라며 "기획주체인 국토부와 실행주체인 LH가 사업권과 정보를 독점하기 때문에 개인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부패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발은 시장에 맡기고, LH는 주거복지공사로 개편해 개발업무에서는 손을 떼고 주거복지를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제 전문가인 유 전 의원이 향후로도 SNS를 통해 두각을 나타낼 여지가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전날 '1년 후 대선'과 관련해 "지금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해결해야할 시대의 과제는 뭐냐"며 "그 출발점은 경제"라고 단언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시대정신을 '경제'라고 규정한 것"이라며 "'경제' 전문가인 자신을 부각함과 동시에 경제와 무관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견제하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8일 주호영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부위원장으로 위촉됐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SNS 활동 외에 4·7 재·보궐선거 운동이 본격화하면 지원유세 등을 통해 오프라인으로도 활동공간을 넓힐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원희룡 지사도 'SNS 정치'의 강자다. 원 지사는 'LH 투기 사태'가 터진 뒤로 5일·8일·9일 사흘 내리 SNS를 통해 문재인정권의 아픈 구석을 찔렀다.
원 지사는 전날 검찰이 배제된 정부합동조사단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범죄자를 잡자는 것이냐, 이번 기회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시험대로 삼자는 것이냐"고 물으며 "자기편 수사하는 검찰을 무장해제시켜온 피해를 지금 국민들이 겪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역 광역단체장 신분인 원 지사는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때문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4·7 재·보궐선거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운 지점으로 거론된다. 선거 정국에서의 오프라인 활동이 곤란한 만큼 당분간 'SNS 정치'에 더욱 열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SNS 정치' 전통 강자 홍준표 '촌철살인' 여전
이재명 향해 "연애도 무상으로 하는 분" 직격탄
김태호, SNS보다 재보선 계기 오프라인 주력
4월 7일까지 부산 상주하며 박형준 선거 도와
'SNS 정치'의 전통적 강자라면 아직 무소속 신분이기는 하지만 범(汎)국민의힘으로 분류되는 홍준표 의원을 빼놓을 수 없다. 정치권 인사들이 대개 메시지 담당을 따로 두고 SNS를 관리하는 것과는 달리, 홍 의원은 SNS를 직접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의원은 매일같이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을 SNS로 밝히고 있다. 이날 'LH 투기 사태'에 대해 "당시 LH 사장을 하면서 신도시 입지 선정에 관여하고 정보를 독점했던 현 국토부 장관이 조사에 관여한다는 것은 후안무치"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변창흠 장관부터 해임하라"고 압박했다.
지난 8일에는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이 지사의 '기본 시리즈'는 10여 년전 좌파 진영에서 들불처럼 퍼져나갔던 '무상 시리즈'의 이름만 바꾼 재판(再版)"이라며 "연애도 무상으로 하는 분이니 말릴 수는 없지만 더 이상 국민을 현혹하는 '기본 시리즈'는 안하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정치인 자신이 직접 SNS를 하는 것은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기는 하지만, 홍 의원의 촌철살인(寸鐵殺人)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권을 쥐고 있던 시절의 황교안 대표도 홍준표 의원의 SNS 공격에는 정면으로 맞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대선정국에서 홍 의원의 화망(火網)에 걸려들까 걱정하는 경쟁주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연초에 국민의힘에 복당한 김태호 의원은 SNS보다는 오프라인 활동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으로 위촉된 김태호 의원은 내달 7일까지 부산에 상주하면서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선거운동을 전심전력으로 돕는다는 방침이다.
"중요한 것은 당장 재보선"이라며 "재보선에서 당이 승리해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고 밝혔던 '복당 일성'을 스스로 실천한다는 맥락이 담겨 있다. 역대 대선이 결국 전국 최대의 '스윙스테이트'인 부산·울산·경남(PK)에서 승패가 갈렸던 만큼, 박형준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김 의원 자신의 '동남풍'을 불러일으켜보겠다는 의지도 함께 담긴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지사 등 당내 경쟁주자들에 비해 'SNS 정치'에서 열위에 있다는 점은 김태호 의원 스스로도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측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채워나갈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준, 총선 이후 각종 정국 현안 SNS '분석'
'정책 전문가' 경륜 살려 저술 활동에도 '열심'
황교안, SNS 활동주기 짧아지더니 '정치재개'
"미력이지만 일어나겠다…다시 '국민 속으로'"
국민의힘 당내 대권주자 중의 한 명인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달 여의도 인근에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공공경영연구원 사무실을 마련한다.
김병준 전 위원장도 지난해 4·15 총선에서 선전했으나 쓴잔을 마신 뒤 'SNS 정치'를 해왔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내각의 부총리, 정당의 비대위원장까지 두루 경험한 '정책 전문가'인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의 경륜을 살려 △행정수도 이전 문제 △부동산 정책파탄 △기업규제3법 △해수부 공무원 피살 참사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파동 등에 대한 입장을 SNS에서 밝혀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의 SNS 글에는 학자 출신답게 깊이가 있지만, 현안 대응 속도와 글의 길이 등에서 '정치인의 SNS'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주변에서도 많이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지켜보자"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총선 이후 '지방자치론' '대통령권력' 등의 저서를 잇달아 개정 출간한 것을 놓고, 김 전 위원장이 'SNS 정치'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특강이나 저술 활동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NS 활동 빈도가 잦아졌던 황교안 전 대표는 결국 정치활동 재개를 사실상 공식 선언했다. 황 전 대표는 이날 SNS에서 "미력이지만 나부터 일어나겠다"며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문재인정권에 대한 공분을 나누고 희망의 불씨를 지키겠다"고 천명했다.
황교안 전 대표는 지난해 4·15 총선 당시 서울 종로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맞대결을 벌였으나 참패해 큰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 8개월 동안 침묵하던 황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후 세 달 뒤에 삼일절을 맞이해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TK)을 방문한 사실을 알리며 정치재개를 시사한 뒤, 마침내 이날 정치재개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이날 황 전 대표는 정치재개의 명분으로 △헌법의 존중 △상식의 회복 △염치의 회복을 내걸었다. 황 전 대표는 "이번 4·7 재보선이 마지막 기회"라며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선대위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은 황 전 대표가 재보선 공간에서 어떤 식으로 자신의 역할과 활동공간을 찾을지 지켜보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