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교육·외교·경제 뭘 준비했나" 문제제기
야권서도 "1년 뒤의 대선은 '경제'"라며 견제
김종인 "대통령감이라면 사람 줄 선다" 일축
윤석열 "잘할 수 있는 사람 등용하는 게 중요"
내년 3·9 대선을 1년 앞두고 전격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경제·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멘토'가 될만한 인물을 곧 만나러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집권 세력은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총장을 겨냥해 검찰 경력 외에 사회 각 분야에서 검증된 식견이 없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며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양극화 문제, 한반도 평화 문제, 4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 시점에서 국가가 해야할 문제들에 대해 뭘 준비했는지 모르겠다"며 "제대로 평가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사법부는 과거의 일을 판정하고, 행정부는 오늘 해야할 일을 처리하는 반면 입법부는 내일부터 적용될 일을 결정한다"며 "(입법부·정치 경력이 없는 윤석열 전 총장은) 교육·외교·경제 문제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윤 전 총장이 지난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래 1년간의 변호사 생활 '외도'를 제외하고는 29년간 검찰에 몸담으며 수사·공소 관련 업무에만 종사해왔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정치인은 정계 입문 전에는 특수한 영역에만 전문성이 있더라도, 국회 상임위 등 의정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경험을 쌓게 되는 점과 대조적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국회의원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는 전무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과연 이러한 견제구를 던지는 집권 세력 인사들에게는 그런 '비전'이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지적 자체가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며 "윤 전 총장은 법치·공정·질서·정의 등의 키워드와는 어울리지만 경제·복지·외교·안보 등의 키워드와는 아무래도 매칭이 어색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단 집권 세력 뿐만 아니라 야권 내의 경쟁주자로부터도 이런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대선 1년 전이며 윤 전 총장이 사퇴한 직후였던 지난 9일 "지금 대한민국에 무엇이 가장 필요하냐. 우리가 해결해야할 시대의 과제는 무엇이냐"며 "1년 뒤의 대선은 '경제'가 희망"이라고 규정했다. 유 전 의원이 경제 전문가인 자신의 대권 경쟁력을 부각하는 한편, 경제와 무관한 경력을 가진 윤석열 전 총장을 간접적으로 견제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윤석열 전 총장이 공개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기에 앞서, 경제·복지·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멘토' 역할을 해줄 인사들을 만나보고 '싱크탱크'를 꾸릴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전 총장이 경제·안보 분야를 다뤄본 적이 없는 게 문제라는 비판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다 알아서 했느냐"며 "누가 대통령감이라고 하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기 마련"이라고 일축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앞으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사람들을 곁에 두느냐에 따라, 윤 전 총장이 '이회창 함정'과 '반기문 함정'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가 판가름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의식이 풍족해야 예의를 안다'는 '관자'의 구절을 인용해 "지금 당장은 법치·공정·질서·정의 같은 기조가 대선을 좌우할 것 같지만, 결국은 경제"라며 "'깨끗한 정치''나라다운 나라'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걸었던 이회창 전 국무총리는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연달아 물을 먹은 반면 '경제만 살리면 그만''국민 여러분, 성공하세요'를 내건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압승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책사''킹메이커' 이미지가 강하고 정치공학에 능한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거나, 주변에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잔뜩 둘 일이 아니다"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주변에 외교관 출신들을 잔뜩 늘어뒀다가 대권 행보를 망쳤다. 변호사들은 앞으로 예상되는 네거티브 공세나 대응할 준비를 하면 된다"고 바라봤다.
윤석열 전 총장도 자신을 향해 '수사만 했다'는 집권 세력의 공세를 인식하고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지인에게 "내가 경제·외교를 모르고 수사만 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어설프게 아는 게 더 문제"라며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인재로 등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