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LH 사태 관련 '촛불혁명' 재소환
첫 사과했지만 공직 기강 강화에 방점 찍혀
"민정수석실 책무 수행 못한 책임 文에"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 2주 만에 사과했다. 하지만 전날에 이어 이날도 '촛불혁명'을 언급하며 전(前) 정권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직 사회 부정부패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LH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다. 특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부패 구조를 엄중히 인식하며 더욱 자세를 가다듬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고자 한다"며 "공직자들의 부동산 부패를 막는 데서부터 시작하여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했다.
이어 "이번 계기에 우리 사회 불공정의 가장 중요한 뿌리인 부동산 적폐를 청산한다면, 우리나라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도 함께 뜻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공직 사회 개혁도 언급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공기관 전체가 공적 책임과 본분을 성찰하며, 근본적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그 출발점은 공직윤리를 확립하는 것"이라며 직무 윤리 규정 강화, 감독·감시 체계 등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공공성과 윤리 경영 비중 대폭 강화 등을 내걸었다. 이와 함께 공직자 개인의 일탈에 대한 처벌 규정 강화도 시사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촛불혁명'을 재소환했다. 그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우리 정부는 부정부패와 불공정을 혁파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며 "그 결과 부패인식지수가 매년 개선되어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하는 등 우리 사회가 좀 더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자찬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 최종 책임은 온전히 문 대통령에게 있는데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직 기강 관리와 감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핵심 책무이지만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결국 이 정부 관리 하의 공기업에서 부패가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부동산 적폐는 예전 정부부터 누적되어 온 것이지만, 이번에 드러난 공직자들의 부패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라고 꼬집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정권은 대한민국 전역을 이미 투기판으로 만들었다"며 "총리 이하 내각을 총사퇴시키고, 국정을 전면쇄신한다는 각오 없이 국민이 오늘 사과의 진정성을 믿어줄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문재인 정권에서 공직 기강 확립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된 적이 있느냐"며 "이제와서 시스템을 운운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민정수석실이 검찰 및 권력기관 개혁에 치중하느라 본연의 업무를 하지 못해 공직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