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청운동서 제사…그룹사별로 시간대 나눠 방문
선영 참배 행사도 축소…범 현대가 차원 사진전 진행
오는 21일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별세한 지 20주기를 맞는 가운데 올해 추모 행사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아산의 사업을 이어받은 범(凡) 현대가 각 그룹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대대적인 추모 행사 대신 차분한 분위기 속에 그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로 했다.
기일 전날인 20일 제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소유한 정주영 명예회장의 청운동 자택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한꺼번에 모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전처럼 제사 시간에 맞춰 가족들이 모이는 방식은 불가능하니 직계 가족별로 순차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고인을 추모하고 빠지면 다음 가족이 들어가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을 비롯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 현대백화점그룹, KCC 등 각 그룹사별 오너 일가가 시간대를 나눠 청운동 자택을 방문할 예정이다.
기일인 21일을 전후로 범현대가 가족과 각 그룹사 임직원이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에 위치한 고인의 선영을 찾아 진행하던 참배 행사 역시 대폭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1일 이전에 선영을 찾아 참배할 예정인 가운데 다른 그룹들도 이날을 전후로 선영을 찾을 예정이다. 참배객 규모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직계 가족과 각 그룹사 핵심 경영진 정도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추모 행사도 예년보다 조촐하게 치러진다. 범 현대가 차원에서는 22일부터 계동 사옥에서 20주기 사진전을 개최하고, 범 현대가 각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추모 행사를 진행한다.
현대그룹은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선구자’라는 제목의 추모 영상을 그룹사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배포할 예정이다.
5분26초 분량의 영상에는 아산이 창의적 사고와 열정으로 기업을 일구고 성공시킨 사례를 비롯해 남북경협사업의 서막을 연 판문점 소 떼 방북 등 굵직한 족적이 담겼다. 청년을 향한 조언이 담긴 육성도 함께 실린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6일부터 울산 현대예술관 미술관에서 ‘아산 정주영’ 사진전을 열고 다양한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 14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강연과 대담 영상도 상영한다.
19일에는 울산 현대중공업 본관 로비에 있는 아산의 흉상 앞에서 추모식을 할 예정이다.
정치·경제·언론·문화 등 각계 인사와 임직원이 존경과 그리움을 담은 추모글 50여편을 모은 특별 추모문집 ‘새봄을 기다리며’도 발행한다.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가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아산나눔재단은 ‘아산 정주영과 기업가정신’ 콘퍼런스를 온라인으로 개최했고,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 독후감 대회를 열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7일부터 서울 대치동 사옥 1층 로비에서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 사진전을 진행하고 있다. 아산 일대기를 도전, 창의, 혁신, 나눔과 소통, 아산의 향기 등 5가지 주제로 나눠, 디지털 액자를 통해 총 90여 점의 사진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10분 분량의 아산 추모 영상도 함께 상영중이며, 1층 로비에 아산의 흉상을 세워 고인을 추모할 예정이다.
정주영 회장이 설립한 현대청운고, 현대고 등 현대학원 산하 5개 중·고교는 19일 창학정신비에 헌화하며 아산을 추모하고, 울산대병원도 본관 로비에 설치된 대형 디지털 아트월에서 26일까지 추모 사진을 전시할 예정이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임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정주영 창업주계서 가장 중요하게 지키신 것은 신용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사업에 성공해서 계속 키워 나갈 수 있었던 것이 고객에 대한 신용, 당신에게 돈을 빌려주었던 분에 대한 신용이기 때문”이라며 “그 정신을 배우고 반드시 우리 것으로 만들어내서 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