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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다"…시간 끌수록 시너지만 약화될 야권 단일화


입력 2021.03.19 01:10 수정 2021.03.19 05:03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후보등록 마감일 19일까지 단일화 협상 실패

각각 후보 등록…단일화 시너지 약화 불가피

협상 계속될수록 국민 피로감·반감 쌓일 우려

"文정부 실정 막겠다 부르짖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15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단일화 비전발표회를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야권 단일화 협상이 결국 1차 마지노선 기한으로 여겨졌던 후보등록 마감일(19일)을 앞두고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며 일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각각 후보 등록을 하게 되는 불상사가 초래됐다. 우선 투표용지 인쇄일인 29일 혹은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25을 '2차 마지노선'으로 잡고 협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이른바 '아름다운 단일화'를 기대하던 중도야권 지지층에 실망감만 안기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오전까지만 해도 극적인 타결과 함께 여론조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일말의 기대감이 정치권을 감돌았기에, 양 측은 여러 차례 입장을 번복하며 협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국 유선 전화 반영 비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오후 2시경 양 측 사무총장이 "물리적으로 여론조사를 할 시간이 촉박하다"며 후보등록 마감일 전 후보 단일화 실패를 사실상 선언했다.


이로써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9일 오전 중으로 선관위에 공식 후보등록을 하고 선거 행보를 지속하게 됐다. 후보 등록 기탁금 5000만원을 비롯해 각종 공보물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손해를 고스란히 감수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원만한 단일화 과정을 통해 야권 최종 후보를 조기에 선출하고 화력을 총 집중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대결에 임하겠다는 계획이 초장부터 흐트러졌다는 평가다.


아울러 1차 마지노선 기한을 지나 하루하루 협상이 지속될수록 국민적 피로감과 상대방에 대한 반감이 커질 것이라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안철수 후보가 협상 막판 오세훈 후보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다 밝혔으나 유선 전화 비율 반영 문제에서 재차 이야기가 틀어진 점을 겨냥해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더니 알고 보니 '유선'은 빼고였다"며 "지겹다. 둘 다 이번 선거가 마지막이기를...1년 뒤에는 새 인물을 좀 보자"고 꼬집었다.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이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야권 단일화 협상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두 후보 또한 협상 결렬 이후 서로를 향한 아쉬움과 실망감을 표했다. 안철수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언가 되겠구나 싶었으나 막상 협상장에 들어가 보면 오 후보의 입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며 "오 후보가 당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바꾸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매번 후보와 당의 입장이 다르면 협상이 진척될 리가 없고 무책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세훈 후보도 강하게 맞받아쳤다. 그는 이날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안 후보가 무리한 주장을 하는 협상 과정을 봤을 거다. 결국 안 후보 측이 원하는 대로 토론은 1번으로 끝났고, 국민선거인단 안을 철회하며 (안 후보가 주장한) 100% 시민 여론조사도 받아들인 것"이라며 "하나하나 말해보면 저희 당 주장이 하나도 관철이 안 됐다. 안 후보 측 안이 하나하나 순차적으로 받아들여졌던 모습을 국민들이 보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가 "오 후보와 국민의힘의 입장이 다르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 오 후보는 "안 후보에게 결례되는 표현일 수 있지만 국민의당은 1인 정당, 사당이다. 본인의 출마도 혼자 결정하면 당에서 수용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공당이며 국회의원이100명이 넘는다. (지도부 및 당원들과) 협의하는 게 도리"라고 설명했다.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후보등록 이후에도 이뤄질 협상의 타결 여부에 쏠리고 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하루라도 더 빨리 타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양 후보와 양 당 지도부 모두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면 결국 자연스럽게 '3자 대결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협상 결렬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개혁'이라는 오세훈의 꿈, 그리고 '새정치'라는 안철수의 도전은 다른 길이 아니다. 속도만 달랐지 늘 같은 길을 걸어왔던 것"이라며 "이제 더 큰 길 앞에 서 있다. 함께 해야만 완주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의 난항은 예고된 바였지만 디테일이라는 악마에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라며 "대의를 위한 양보와 국민을 위한 헌신으로 약속된 단일화를 완수해달라"고 촉구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결국 디테일에 얽매여 단일화가 무산된다면, 반문으로 결집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막겠다고 부르짖었던 '대의' 자체가 유명무실 해지는 것 아닌가"라며 "지금이야말로 각 후보들이 처음 서울시장 선거 레이스에 뛰어들었을 때의 절박함으로 돌아가 초심을 보여줄 때"라고 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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