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타협안 중 하나…사직의사 표시 확정적 아니었다"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기 전에 철회를 했는데도 회사가 근로자를 퇴직 처리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인터넷 언론매체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A사 기자 B씨는 2018년 7월 회사가 새로운 편집국장을 적절한 절차 없이 채용하자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입장문을 직원들에게 배포하는 등 사측에 강력히 반발했다. 당시 B씨는 사내 노동조합을 설립해 분회장을 맡고 있었다.
이후 A사는 대자보 게시 등을 문제 삼아 B씨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감봉과 지역본부 발령을 의결했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구제 결정에 따라 이 같은 처분이 취소됐다. A사는 다시 인사위를 열어 B씨 등에게 정직을 의결했지만, 이 역시 부당 정직으로 판단돼 취소됐다.
하지만 일부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는 사내에서 여전히 논의됐다. 결국 B씨는 임원에게 자신이 회사를 그만두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폐기해달라고 요청했다. A사는 B씨에게 사직서가 처리됐다며 퇴직을 통보했다.
노동위원회가 이 처분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자 A사는 노동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B씨의 사직서는 회사와의 타협안 중 하나였고, 유효하게 철회됐으므로 부당해고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는 사직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사직서는 노동조합 분회 활동으로 인한 갈등 상황에서 타협안의 하나로 제출된 것에 불과해 근로계약관계 합의해지 청약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어 "사측과 노동조합 분회 사이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분회 활동도 여의치 않게 되자, 분회장이던 B씨는 부사장 면담 등을 통해 본인이 책임을 지고 나머지 조합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타개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사직서가 제출된 경위는 통상적인 상황과는 달리 노동조합 분회장 지위에 있던 B씨가 타협안을 논의하면서 방편의 하나로 제시했던 것으로 보여 사직 의사표시가 확정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언론사의 승낙의사가 B씨에게 도달하기 전 그 의사표시가 유효하게 철회됐다"며 "A언론사가 사직서 제출을 근거로 B씨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해고이며, 해고 이유와 시기를 서면 통지하지 않아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