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대책발표 4월로 연기…비주담대‧비은행권 관리 방안 추가될 듯
"금리상승 우려 크다"며 금융권에 다양한 대출상품 '피신처'마련 압박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는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정책 세부조정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당초 이달 예정된 가계부채선진화방안 발표를 다음달로 미루고 최종안 수정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이번 대책에는 전세·주택담보대출 외에 토지나 상가를 이용한 비(非)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는 LH직원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토지와 건물 담보 대출에 대한 느슨한 규제가 배경'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LH사태로 제기된 이슈를 점검하고 있다"면서 "가계부채 대책에는 토지담보대출 등 비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서 비주담대 대출 규제 외에도 주택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개인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일괄 적용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아울러 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도 예고했다.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들이 상호금융권의 비주담대를 동원해 땅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출 사각지대의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소득이 불안정한 농어민들이 비주담대를 받고 있는 만큼 전방위 규제보다는 핀셋 규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또 청년층과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규제완화 당근책도 포함될 예정이다.
선거 앞두고 '부담 백배'…금융사에 '대출 조이기‧피신처 마련' 요구
금융당국 입장에선 LH사태를 가라앉히면서도 금융소비자들의 반발과 형평성 문제, 시장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범정부 차원의 LH관련 대책과 1분기 가계대출 동향 등의 내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정부여당이 지지율을 추락시킨 LH사태에 대한 확실한 대응책을 주문하고 있는 만큼 사활을 걸고 후속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정책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죄는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부동산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들끓었다. 최근 금리가 뛰고 가계부채는 증가하고 있지만, 대출규제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임원회의에서 "금리 상승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고정금리 대출이나 금리상한형 대출을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출상품 출시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간 금융사에 가계부채 문제의 '피신처 마련'을 압박한 것이다.
당국의 대책 발표 시기 역시 고민거리다. 금융위는 날짜를 못 박지 않고 "4월 중 발표할 것"이라고만 했지만, 정치 일정표를 감안하면 4.7보궐선거가 분기점이다. 여론의 저항이 큰 증세‧규제정책은 선거 이후에 발표하는 게 통상적인 당국의 선택이다.
이와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관계자는 "금융위가 관계부처와 충분히 소통하고 전방위로 뛰면서 가계부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정책은 좋은데 정무적 실패가 되지 않도록 상황을 잘 관리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