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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의 챕터투] "이용 당한 국대" 욕만 먹은 한일전 축구


입력 2021.03.27 07:00 수정 2021.03.27 05:18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한일전 참패 보다 도쿄올림픽 홍보 수단돼 더 분통

만에 하나 오스트리아 원정 사태 재발 시 책임 각오해야

26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한일전이 열렸다. ⓒ KFA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산책 세리머니’, ‘독도는 우리땅’ 피켓까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일전 축구는 국민들의 답답한 속을 뻥 뚫어준 청량제였다. 설령 지더라도 진한 감동과 여운, 숱한 화제를 뿌리며 축구의 묘미를 한껏 느끼게 해준 것이 한일전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추진 과정부터 경기 종료 뒤까지 질타 일색이다.


추진 단계부터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이 재확산하고 있는 시국에 일본서 원정경기를 치른다는 것에 대한 반대였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반대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 시국에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어 일본 요코하마까지 끌려가 축구를 해야 하나. 대한축구협회가 한심하다"며 통탄을 금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유럽 오스트리아 원정 평가전 때 국가대표 선수단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 발생의 ‘전과’도 있어 반대 여론은 더 끓었다. 더군다나 경기가 열리는 요코하마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다.


비난 여론을 뚫고 강행한 이유는 있다. 유럽을 비롯해 다른 대륙에서는 월드컵 예선 일정 등을 소화하고 있다. 당장 다음달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앞둔 한국 축구에도 실질적인 리허설이 필요했다. 거리상의 부담도 없는 일본은 객관적인 전력으로 볼 때도 썩 괜찮은 스파링 상대였다.


그러나 얻은 것이 없다. 일본축구협회(JFA) 요청에 따라 성사된 한일전 원정에서 한국은 상처만 입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0-3 참패했다. 지난 2011년 삿포로 원정 평가전 이후 최악의 참패다. 손흥민(토트넘)-황의조(보르도)-황희찬(라이프치히) 등이 부상과 소속팀 반대로 빠진 공백이 컸다.


한일전이 열린 날 도쿄올림픽 성화봉송이 시작됐다. ⓒ 뉴시스

더 분통 터지는 것은 도쿄올림픽을 앞둔 일본의 ‘홍보 도구’로 비쳐졌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수도권 지역에 재발동했던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을 70여 일 만에 해제하고 한일전을 치렀다. 이날은 도쿄올림픽의 사전 이벤트 중 가장 큰 행사인 성화 봉송이 열렸다. 1만에 가까운 관중들을 불러들여 주목도가 높은 축구 한일전을 무사히 치러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일본 여론을 누그러뜨리겠다는 것이 일본의 계산이었다.


경기 직전에도 일본 코칭스태프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많은 관중들 앞에서 훌륭하게 경기를 치렀고 승리까지 했다. 다른 스포츠-문화 행사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사전에 짜인 듯한 모리야스 감독의 말까지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부흥의 상징'으로 삼으려 올림픽을 강행하는 일본 정부에는 한일전이 중요한 예행 연습의 기회가 됐다. JFA는 중계권료와 입장료 수입도 두둑하게 챙기고 한일전 완승이라는 달콤한 과실까지 따먹었다.


한국은 과연 무엇을 얻었을까. 플러스 보다는 마이너스가 확연히 컸던 한일전이다. 축구팬들은 “위험을 무릅 쓴 국대가 (도쿄올림픽 홍보에)이용 당했다”며 가슴을 치고 있다. 한일전 후폭풍 속에 애먼 국가대표 선수들의 상태가 걱정된다. 일본에서는 현재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다. 만에 하나 오스트리아 원정 때와 같은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한일전을 추진한 주체가 욕만 먹고 끝날 문제는 아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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