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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배신? 청주시의 안타까운 구애


입력 2025.03.20 15:22 수정 2025.03.20 16:23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청주야구장 ⓒ 뉴시스

이범석 청주시장이 '배신'이라는 단어까지 쓰며 한화 이글스 구단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19일 충청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시장은 이날 시청 기자실을 찾아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한화 이글스 구단이 청주 홈경기를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한화 구단이 열정적인 청주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구단 측 요구를 모두 받아들여 100억 원이 넘는 보수 공사를 했다. 청주시가 투입한 예산을 고려할 때 제2연고지 청주야구장에서도 경기가 치러져야 한다. 구단 측이 청주 홈경기를 배정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청주 팬들의 열띤 응원에 대한 배신 행위라고 본다"고 전했다.


1979년 개장한 청주야구장(충청북도 청주시)은 국내 프로야구 경기장 중 가장 오래된 구장으로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립 후 여러 차례 리모델링을 통해 좌우·중앙 펜스까지의 거리와 1만에 가까운 관람석 규모로 확대했다. 2007년부터 인조잔디 교체, 더그아웃 확장, 조명탑 교체 등 시설 개선에만 170억 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즌 중 73차례 홈경기를 치르는 한화 이글스의 제2홈구장으로써 매년 5~7경기가 치러졌지만,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코로나19와 낡은 시설 탓에 한 경기도 열리지 못했다. 지난해는 6경기(1경기 우천취소), 올해는 KBO리그 시범경기 2경기가 배정됐다. 이번 시범경기에도 많은 관중이 들어찼다. 그러나 올해 정규시즌 경기는 아직 배정받지 못한 상태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 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도 19일 입장문을 내놓았다.


구단은 "청주야구장의 경우 구장을 찾은 팬들과 선수단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청주야구장에는 스카이박스, 중앙석 시즌권을 구입한 팬들에게 제공할 좌석과 광고물 설치에 대한 대안이 없다"고 전했다. 또 "대전 신구장에 입점한 수많은 자영업자, 소상인과의 계약 관계도 있어 대전 경기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알렸다.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지만, 야구 관계자들은 청주야구장에 홈경기를 배정해달라는 이 시장의 요청을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해석한다.


팬들을 향한 배신이라고 말한 청주시장에 한화 이글스 측은 팬들과 선수들을 위한 결정이라고 대응한 모양새다.


그동안 청주야구장은 프로야구 선수들은 물론 지역팬들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때 한국의 쿠어스필드로 불릴 만큼 홈런이 많아 터져 소규모 구장으로 인식됐던 청주야구장은 펜스를 늘렸지만 여전히 작은 구장으로 분류된다. 선수들의 휴식 공간 부재, 미끄러운 인조잔디 등은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관중 수용 규모 등에 따른 손실도 문제지만, 선수들의 부상 우려와 함께 팬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청주에서 한화 경기를 볼 수 없는 것은 분명 아쉽지만, 선수들이 원정경기보다 못한 환경에서 치르는 것보다 '우리가 대전으로 가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청주 야구팬들도 있을 정도다.


그동안 청주시의 노력은 분명 인정할 만하다. 그래서 더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해마다 혈세를 쏟아부으면서도 낙후된 경기장의 개선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 청주야구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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