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결정전 2차전 0-3 완패...공격성공률 28.57%
이재영-이다영 이탈로 인한 전력 약화 극복 못해
'월드클래스' 김연경(33·흥국생명)도 역부족이었다.
흥국생명은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펼쳐진 ‘도드람 2020-21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GS칼텍스에 세트스코어 0-3 완패했다.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흥국생명은 GS칼텍스의 강소휘(18점)-러츠(17점)-이소영(16점)을 막지 못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1패만 더하면 KOVO컵에 이어 GS칼텍스에 밀려 우승 트로피를 놓친다.
박미희 감독은 경기 전 총력전을 언급했다. 주장이자 에이스 김연경도 붕대를 감고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흥국생명 쌍포 김연경(11점)-브루나(11점)도 힘에 부쳤다. ‘어우흥’이라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GS칼텍스 공격수들은 흥국생명 블로커들을 뚫고 강스파이크를 내리 꽂았다.
1세트에서는 김미연의 리시브가 흔들리며 승기를 빼앗겼다. 리시브가 흔들리자 세터 김다솔의 토스도 출렁였다. 11-18에서 18-19까지 추격했지만 브루나가 결정을 짓지 못하면서 1세트를 내줬다. 김연경은 팀 내 최다인 5점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이 30%대 중반에 그쳤다. 1세트 공격성공률 88%를 기록했던 IBK기업은행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 때와는 사뭇 달랐다.
김연경의 강스파이크가 막히면서 흥국생명은 2세트에도 힘을 쓰지 못했다. 김연경은 붕대 투혼을 불사르며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후배들에게 파이팅을 외쳤지만, 공격과 수비 모두 잘 되는 GS칼텍스를 따라잡지 못한 채 2세트도 내줬다.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맞이한 3세트에서는 정상적인 플레이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완패를 받아들였다.
아직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분위기로 볼 때 흥국생명이 GS칼텍스를 넘기 어려워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챔피언결정 3차전이 김연경에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봄배구가 될 수 있다.
이소영-강소휘-러츠가 포진한 삼각 공격편대는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존재 자체만으로 부담이다. V리그 최장신 공격수 러츠(신장 206㎝)는 흥국생명을 만나면 공격성공률이 더 높아진다. 강소휘-이소영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도 탄탄하다. 박미희 감독은 “전력상 GS칼텍스는 에이스가 3명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물론 흥국생명에는 ‘월드 클래스’ 김연경이 있다. 엄지 통증에도 붕대를 감고 코트에 나서 투혼을 불사르며 팀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시즌 중 맞은 치명타의 여파는 극복하기 어려웠다.
흥국생명은 12년 만에 국내 리그로 복귀한 김연경 합류로 ‘어우흥’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았지만, 국가대표 레프트 이재영과 세터 이다영이 학교폭력 파문으로 팀을 이탈하면서 크게 흔들렸다. 학폭 파문 이후 흥국생명은 2승8패를 기록, 정규리그 막판 GS칼텍스에 1위 자리마저 내줬다.
정규시즌 1위 확정 이후 열흘 가까이 휴식을 취한 GS칼텍스와 달리 흥국생명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KGC인삼공사전까지 총력전을 펼쳐야했고, 플레이오프 3경기를 치러야했다. 휴식일도 하루뿐이었다. 브루나의 기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연경 혼자 해결하기에는 모든 것이 버거운 환경이었다.
체력과 몸도 그렇지만 리더로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과 부담도 컸다. 그에 따른 피로도 점점 쌓여가고 있다. 김연경의 2차전 공격성공률 28.57%에 불과했다. 결국, ‘학폭’ 파문을 일으킨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이탈은 ‘월드클래스’ 김연경도 극복하기 어려운 치명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