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천지 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 심의·의결
"한수원 이사회의 사업 종결 결정에 따른 조치"
산업통상자원부가 29일 경북 영덕군 천지원자력발전소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의결하면서 2018년 6월 15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의 사업 종결 결정을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한수원 이사회 결정에 산업부 입김이 작용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하위기관에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제67회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를 개최해 천지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예정구역은 영덕군 영덕읍 석리, 노물리, 매정리, 축산면 경정리 일원 324만7112㎡를 대상으로 한다. 산업부는 영덕군 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고시할 예정으로, 관보에 게재되는 대로 효력이 발생한다.
산업부는 이번 영덕 원전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 철회 이유에 대해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사업자인 한수원이 2018년 6월 15일 이사회에서 사업 종결을 결정하면서 예정구역 유지의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상 신규 원전 폐지에 대한 결정 권한이 한수원에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산업부 장관이 당시 한수원 이사회가 특정한 결론을 내도록 관여했고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국장 등 산업부 공무원 3명이 이사회 전 사전 회동에 직접 참석한 사실이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로 드러났다.
해당 이사회 안건이었던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신규원전 폐지 등 의결에 산업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뜻이다.
산업부는 신한울 3·4호기 확정설비 제외를 두고도 한수원에 책임 떠넘기기를 했던 바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11월 전력정책심의회에서 "한수원 회신 내용에도 명시돼 있듯이 현시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확정설비 제외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수원이 개진한 의견이 신한울 3·4호기 배제 근거가 됐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산업부가 이같은 처신을 반복하는 이유를 두고 에너지업계에서는 "다음 청부에서 찾아올 후폭풍을 대비해 산업부가 탈원전 추진 책임을 산하기관인 한수원에 떠넘기려는 속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천지 원전 예정구역이 해제되면서 국내에는 이제 원전 건설 예정구역은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주민 보상 문제도 해결 안 됐는데…지정 철회 강행
산업부가 급격한 탈원전 드라이브에 따라 피해를 입은 원전 주변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 문제 해결 없이 천지 원전 지정 철회를 강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9월 영덕읍 석리, 노물리, 매정리와 축산면 경정리 일대에 걸친 324만㎡ 토지가 천지원전 '전원개발예정부지'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은 개발 제한 방침에 따라 집수리나 증축, 부동산 매매를 금지당했다.
영덕군은 원전 사업 추진으로 10년 간 주민들이 피해를 본 상황에서 갑작스런 사업 취소에 따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덕군은 산업부로부터 원전 유치 특별지원금 380억원을 받았지만 산업부가 사용승인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주민들에게 지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영덕군도 "사업이 취소되더라도 380억원은 산업부에 돌려줄 수 없다"고 응수했다. 천지원전 해제가 오로지 정부 정책 변화에서 비롯된 만큼 피해를 본 주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영덕군이 산업부에 요구한 사항은 크게 3가지다. 원전신청에 따른 특별지원금 380억원 사용 승인, 특별법을 통한 원전 예정구역 내 주민과 인근 주민들에 대한 피해 조사와 충분한 보상, 원전 대안사업 및 미보상 토지 소유자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법제처가 특별지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해석을 산업부에 통보하면서 경우에 따라 영덕군과 산업부의 법적 분쟁도 야기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영덕군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희진 영덕군수는 "신규원전 건설 취소에 따른 직·간접적 경제 피해가 3조7000억원에 이른다"며 "원전 해제는 우리군 의지가 아닌 오로지 정부의 정책에 의해 결정된 사항으로, 원전자율유치금 380억원은 온전히 영덕군이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