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원 ESG 모범규준 개정안에 의견 전달
좌초자산, 사회적 합의·사례 축적 없이 일방 규정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서도 생소한 규정 도입 논란
최근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지배구조원)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모범규준 개정안이 사회적 합의 및 사례 축적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돼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ESG 모범규준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지배구조원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ESG 경영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이란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ESG의 기준을 급격히 강화하는 것은 사정이 서로 다른 각 기업들에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모범규준이 향후 지배구조원의 ESG 평가기준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전경련은 글로벌 ESG 평가기관마다 평가기준이 제각각이어서 기업들이 신경 써야 할 기준만 하나 더 늘어났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최근 기업 상당수가 제품개발 등 기업 활동 전 과정에 걸쳐 탄소저감, 기후변화 등 환경적 고려를 최우선가치로 여기는 추세지만 관련 제도를 도입하는 데는 충분한 연구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이번 모범규준에 새로 반영된 ‘좌초자산’ 개념도 문제가 많다고 봤다. 좌초자산이란 석탄‧화력발전 등 기후변화로 자산가치가 급격히 낮아지는 설비를 좌초자산(상각 또는 부채전환 위험)으로 미리 분류토록 하는 제도다.
전경련은 “좌초자산은 아직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등 회계기준에 명시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개념”이라며 “특정 부분만 부각해 기업들이 회계에 반영토록 할 경우 전체 기업 가치에 왜곡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법론에 있어서도 충분한 사례 축적과 분석을 통해 자산의 장부 가치를 부채로 어떻게 구체적으로 전환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된 이후 도입을 논의해야 부작용 최소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새로 신설한 내부탄소가격 도입 등도 아직 사회적 논의·합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내부탄소가격은 기업이 온실가스배출에 따르는 경제적비용을 내재화하기 위해 탄소 배출에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세계은행 역시 ‘탄소 가격 책정을 포함하는 이러한 정책들을 신중하게 계획하고 지역 사회, 근로자 및 환경에 가져올 수 있는 이점에 대한 사회적인 의견수렴 과정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경련은 인권경영도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선언적인 가이드라인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세부적이라 추후 ESG 평가기준으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관련 의무로 모범규준은 인권 관련 실무부서 구축, 인권영향평가 실시, 인권 관련 처리채널 운영, 인권경영 모니터링, 인권경영 현황 공개 등을 적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경영승계규정은 글로벌 스탠다드 측면에서도 생소한 제도로 현실적으로 사전에 정할 수 있는 내용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에도 문제가 많다고 진단했다. 평가대상인 기업들이 사전에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해야 하는지를 검토하려 해도 상세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은 “향후 기업의 ESG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모범사례를 널리 전파할 예정이지만,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데에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