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국가폭력 역사 반성·성찰하겠단 의미"
"특별법 개정… 추가 진상조사·명예회복 만전"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제73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사상 최초로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에 참석한 데 대해 "국가가 국가폭력의 역사를 더욱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겠다는 마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 4·3평화공원 내 제주 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추념식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첫 걸음인 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다. 군과 경찰이 진정성 있는 사죄의 마음을 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들께서 포용과 화합의 마음으로 받아주시기 바란다"며 이 같이 말했다.
국방부 차관과 경찰관이 2019년 광화문 시민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유감을 표명한 일은 있었으나, 군경 최고 책임자가 정부에서 주관하는 공식 추념식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의 참석은 공권력 집행기관의 책임자로서 4·3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인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 해결'을 향한 의지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번 추념식에는 여야 4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4·3 항쟁의 추가 진상규명 △피해자 명예 회복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 지원 방안을 담은 특별법과 관련해 "이제 4·3은 자기 모습을 되찾게 됐다"며 "제주도민들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죽음과 이중 삼중으로 옭아맨 구속들이 빠짐없이 밝혀질 때, 좋은 나라를 꿈꿨던 제주도의 4·3은 비로소 제대로 된 역사의 자리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개정된 특별법은 4·3이라는 역사의 집을 짓는 설계도"라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정부는 4·3 영령들과 생존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의 염원을 담아 만든 설계도를 섬세하게 다듬고, 성실하게 이행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도민들은) 상생의 정신으로 서로를 일으켜 세웠고, 마침내 4·3의 진실을 깨울 수 있었다. 반세기 만에 금기를 풀고, 김대중 정부에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용기를 낸 증언과 행동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라며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를 확정하고,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들에게 공식사과할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우리 정부에서 4·3의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것도 오랜 시간 흔들림 없이 이웃과 함께하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 제주도민과 국민들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4·3 특별법의 개정 역시 4·3을 역사의 제자리에 바로 세우기 위해 모든 산 자들이 서로 손을 잡았기에 할 수 있었다"며 "4·3 특별법 개정이 여야 합의로 이뤄진 것은 21대 국회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특별법 개정에 힘을 모아주신 각계각층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올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가족을 잃고, 명예와 존엄, 고향과 꿈을 빼앗긴 2162분의 특별재심이 아직 남아 있다"며 "정부는 한 분 한 분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배상과 보상을 통해 국가폭력에 빼앗긴 것들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 무엇으로도 지나간 설움을 다 풀어낼 수 없겠지만 정부는 추가 진상조사는 물론, 수형인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며 "배상과 보상에 있어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정부는 유해 발굴 사업과 함께 유전자 감식을 지원하여 반드시 고인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