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0시 긴급 최고위 열고 수습방안 논의
처참한 성적표에 원인 두고 '갑론을박' 예상
'선명이냐 확장이냐'…文임기말 '친문' 운명은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4·7 재보궐선거에 참패함에 따라 향후 수습 방향을 놓고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한다는 요구와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7일 민주당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국민의힘에 20%p 이상의 큰 격차로 참패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패닉'에 빠졌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저녁 10시께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최고위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총사퇴가) 되겠지"라며 "당연히 쇄신해야 한다. 쇄신을 안 하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해,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최종 수렴한 뒤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음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8일 오전 의원총회를 소집한 상태다.
아울러 현 지도부가 총사퇴하면 5월 둘째 주로 예정됐던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겨 치르는 방안도 거론된다. 새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리고, 다음 전당대회에서 지도부를 구성할 때까지 당을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내리 4연승을 거둬왔던 만큼 패배의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쇄신의 방향을 두고 노선 갈등이 표면화할 수 있다. 친문 또는 강경파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개혁 기조를 더욱 선명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비문 또는 쇄신파는 강경일변도 국정운영 기조를 수정하고 중도층 확장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립할 수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앞으로는 진영 논리보다 민생으로 가야 한다"며 "우리가 하고자 하는 법안보다 국민이 원하는 법안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5선의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민심이 두렵다"며 "민심을 살펴보고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차기 지도부는 집값 폭등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등 부동산 문제, 민생과 거리가 있는 검찰개혁에 몰두하며 소모적 논쟁을 일으킨 데 따른 성난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 특히 차기 대선 국면에서도 험로가 예상되는 만큼 문재인 정부 임기말 당청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향후 당권경쟁 과정에서 쇄신 방향은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당대표 후보군으로는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 등이 거론된다. 특히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에게 시선이 쏠린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임기말 친문이 살아남을 것이냐 폐족이 될 것이냐가 차기 전당대회에 달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