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소비자, 판매자 확보 집중…약점 공략하는 동시에 강점 부각
이마트도 14년 만에 최저가 보상제 꺼내 들며 반쿠팡 연대 합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유통업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을 앞세워 신세계, CJ대한통운과 연합전선을 펴고 있는 네이버와 미국 증시 상장을 기점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쿠팡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쿠팡은 그동안 차별점으로 내세웠던 무료배송 정책을 확대하며 소비자 몰이에 나선 반면 네이버는 빠른정산을 통해 판매자를 늘리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5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한 쿠팡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전라북도 완주군에 물류센터를 짓기로 한데 이어 이달 6일에는 경상남도 창원시와 김해시에 물류센터 3개를 추가로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업 공개 한 달도 안 돼 4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그동안 연간 수천억원의 적자를 감수하며 진행한 물류 인프라 투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전국을 익일·당일 배송이 가능한 ‘로켓생활권’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쿠팡이 그동안 물류센터 설립에 투자한 비용만 약 1조원에 달한다.
또 지난 2일부터는 로켓배송상품에 대해 가격과 상관없이 무조건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유료 멤버십 회원이거나 일정 금액 이상 구매했을 때만 무료배송 혜택을 줬지만 이번에 대상을 일반 회원까지 확대한 것이다.
그간 ‘로켓배송’이라는 차별화된 배송정책으로 사업을 키워온 만큼 쿠팡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무기로 삼아 시장 공략에 나선 셈이다.
이는 자체 물류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한 네이버의 약점으로 평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CJ대한통운과 전략적 동맹을 체결했지만 전국 단위 배송서비스 측면에서는 쿠팡이 우세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면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배송 완료 다음날 대금을 지급하는 '빠른 정산' 비율을 100%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배송 완료 다음 날 90%, 구매 확정 다음 날 10%를 지급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쿠팡의 대금 정산 기간(50일 이내) 상대적으로 긴 편에 속하는 것을 감안하면 쿠팡의 약점을 자신들의 강점으로 내세운 셈이다.
쿠팡도 작년 5월부터 판매 다음날 결제액의 90%를 지급하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일종의 대출상품인 탓에 이자가 발생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네이버의 빠른정산 확대 정책이 쿠팡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판매자들 사이에서는 쿠팡의 긴 정산기간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이 제기돼왔다.
이와 관련 지난달 24일에는 대규모 유통업자가 직매입 거래시 60일 내 대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와 전략적 동맹을 체결한 신세계도 쿠팡 견제에 합세하며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마트는 14년 만에 최저가 보상제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쿠팡, 홈플러스, 롯데마트와 비교해 가격이 비쌀 경우 차액을 e머니로 돌려주는 제도다.
10여년 전 유통업계 최저가 경쟁이 한창일 당시 경쟁상대가 대형마트였다면 지금은 여기에 쿠팡이 추가된 것이다. 500여개 생필품으로 한정했지만 대형마트 1위 이마트가 최저가 전쟁을 선포했다는 점에서 쿠팡 견제의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쿠팡이 그동안 공산품 시장에서 대형마트에 비해 우위를 점해오다 최근 들어 신선식품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이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 이마트도 반쿠팡 전선에 합류하며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네이버가 각자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에 나선 것 같다”며 “현재 진행 중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양사 경쟁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본 입찰 이전까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진행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