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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부동산 완화③] 자가당착 빠진 與, 공시가 속도조절 언급 얄미운 이유


입력 2021.04.26 06:10 수정 2021.04.23 19:48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여권 일부 속도조절론 제기, 정부 로드맵과 '엇박'

"부동산 여론 달래기용, 단편적인 접근 또 다른 시장불안 야기"

서울 여의도 아파트 전경.ⓒ데일리안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조세저항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이에 정부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추진에 뜻을 같이 하던 여권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 나오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지난해 대비 19.1% 급증했다. 2007년 이후 14년 만에 변동 폭이 가장 크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9.9%, 부산 19.7%, 세종 70.7% 등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올해 이처럼 공시가격이 급등한 것에 대해 지난해 집값 상승이 컸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공시가격의 시세반영 비율인 현실화율은 종전 69.0%에서 70.2%로 1.2%포인트 제고되는 데 그쳤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취득세, 종부세, 양도세 등 각종 조세는 물론 기초연금대상자 판단, 건강보험료 부과기준 산정 등 63개 행정 지표로 활용된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국민에 돌아갈 전반적인 조세 부담도 가중되는 셈이다.


야권에서는 주요 광역 지자체장들이 올해 공시가격을 전년도 수준으로 동결하고 결정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조세 63개 분야에 활용되는 공시가격은 국민의 삶의 질과 복지에 중요한 척도라고 강조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공시가격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7 보궐선거 참패를 통해 부동산에 대한 성난 민심을 의식한 듯 부랴부랴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 1~2년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를 일시적으로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진 더민주 의원 역시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3.01% 상승한 반면, 공시가격은 20% 올랐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일단 추진 중인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현실화율을 제고하는 데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악화한 부동산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카드로 공시가격을 손질할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상영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은 물론 세율이 모두 오른 상황에서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집값이 이렇게 단기간에 빨리 오를 것이라고는 정부도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이대로라면 몇 년 뒤에는 국민이 더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세 부담이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세율은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이뤄지지만, 과표 현실화율은 행정부가 로드맵을 갖고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시장 상황을 반영해 조정이 가능하다"라면서 "현실적인 시장의 변화, 세법의 변화 등을 감안해서 정책을 펼치고 계획을 꾸려야 하는데 그 부분이 빠져있다는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곧장 제도를 고치겠다는 발상이 아니라 공시가격을 조정했을 때 불거질 문제들을 우선 점검해야 한다"라며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니 공시가격을 건드려 조세를 완화해주겠다는 것인데, 이는 지난해 로드맵을 세웠을 때의 명분을 스스로 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공시가격은 세금과 주거복지 등 다양한 것들과 연계돼 있는데 그런 논의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주택가격과 연동시켜 결과론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라며 "공시가격을 조정하더라도 근원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선 또 다른 피해자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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