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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향하는 검찰 '칼 끝' vs 방탄총장 찾는 與…새 검찰총장 임명까지 한 달 '타이밍 싸움'


입력 2021.04.27 05:00 수정 2021.04.26 20:54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이광철 靑비서관 10시간 검찰 소환조사…법조계 "증거 확보돼 기소될 듯"

기소 여부는 검찰총장 인선 이후 결정될 전망…청와대 윗선 수사 확대 가능성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주말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기 검찰총장 임명 정국이 더욱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검찰은 친정부 성향의 신임 검찰총장 임명에 대비해 정권 비리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이고, 여권은 검찰의 압박을 완화할 친정부 검찰총장 임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24일 오전 이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약 10시간 동안 조사를 벌였다.


이 비서관은 김 전 차관을 불법 출금 조처한 혐의로 지난 1일 전격 기소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사이를 조율하는 등 사건을 총괄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내 또 다른 관계자의 개입 여부, 즉 '윗선'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가 피의자로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이 비서관이 소환됨에 따라 수원지검 수사팀이 올해 1월부터 착수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수사는 사실상 일단락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대전시의원인 김소연 변호사는 "검찰은 기본적으로 몇 달에 걸쳐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부인하기 힘든 증거나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다음에야 핵심 피의자를 소환한다"며 "특히, 정치인이나 고위 인사를 상대할 경우엔 그들을 섣불리 소환하지 않고 수사도 더욱 철저하게 벌인다"고 설명했다.


이 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에 대해서는 "검찰에 소환된 정치인 등이 순순히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 비서관이 10시간 조사를 받고 혐의를 부인한 것과는 무관하게 검찰은 그동안 수집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 비서관의 기소 여부는 검찰총장 인선 이후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비서관이 사건 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 신분에 불과했다는 점에 비춰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전망이다. 대검과 법무부 고위 간부들이 출금을 논의했는데 행정관 한 명이 이 과정을 조율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권의 핵심을 겨냥한 검찰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새 검찰총장 임명 절차가 진행되는 남은 한 달 동안 검찰 내 정권 관련 수사팀들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잇따른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들과 검찰 모두 '이 타이밍을 놓치면 끝이다'는 인식 하에 촌각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들로서는 어떤 성향의 총장이 임명되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계속해나가면 그만이지만 인사권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은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시스

한편 정권을 겨냥한 검찰의 압박이 높아지면서 여권은 차기 검찰총장 임명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애초 윤석열 전 검찰총장 퇴임 직후 법조계는 여권이 중도 성향의 검찰총장을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법무부와 검찰총장의 갈등으로 인한 검사들의 반발과 국민들의 극심한 피로를 고려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금사건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라는 약점이 있고,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중앙지검 내부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직원들의 신망을 잃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설상가상으로 '4·7 재보궐선거' 여권 후보 참패로 드러난 '분노의 민심'도 마냥 우리 편 인사 발탁에 부담이 된다.


하지만 이 비서관의 기소가 가시화 되는 등 정권 비리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여권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서라도 친정부 성향이 검증된 이 지검장 임명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시사평론가인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검증된 '정부 사람'이 아니면 검찰은 검찰의 시각에서 수사를 지속할 수 있고, 문재인 정권의 비리는 거듭 드러나 내년 대선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며 "여권이 당장 국민에게 욕을 먹고,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우리 편 총장'을 앉히기 위한 무리수를 둘 것이고, 이는 비리가 나중에 낱낱이 드러나는 것보다 낫다는 셈법이 깔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사무총장인 박주현 변호사는 "친정부 성향의 검찰총장이 임명됐다고 수사들이 전면 취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가 동력을 잃어 지연되는 경우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다만 이 지검장 아래 모든 검찰 구성원까지 정부가 '자기 사람'으로 채우지 않는 이상 모든 사건을 뭉개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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