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재작년과 달리 정부 공식행사 없어
김여정이 '미국산 앵무새'라며 문대통령
조롱한 상황서 행사 개최 부담 느낀 듯
北, 3주년에 '청년 사상전' 주문할 전망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주춧돌'로 평가되는 4·27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았지만, 남북 모두 공식적 기념행사는 개최하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미 장기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상반기 남북대화 재개, 하반기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구상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북한 예고대로 '3년 전 봄날'이 돌아오긴 어려울 거란 관측이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판문점 선언 3주년과 관련한 정부 공식 행사가 마련되지 않은 데 대해 "민간 차원의 다양한 행사들이 의미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들을 해나가는 것도 의미 있는 기념 방식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3주년 당일 오전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 앞에서 개최되는 '4·27 남북정상회담 3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판문점 선언 이행 의지를 재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 민간이 주도하는 행사로 정부 차원의 공식 행사는 아니다.
이 장관은 같은날 오후 강원도 교육청이 주관하는 '제진역, 통일로 가는 평화 열차 체험장' 개장 행사에도 참석해 남북 철도 연결의 의미를 되짚으며 독자 대북 사업 추진 의지를 재확인할 전망이다.
정부가 매년 판문점 선언을 기념해 대규모 행사를 개최해온 만큼, 정부 주관 행사를 열지 않는 것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반영한다는 평가다. 북한이 문 정부가 제안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비본질적 이슈로 깎아내린 것은 물론, 대남사업 총괄자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에 비유하며 조롱까지 한 상황에서 기념행사를 기획하기는 어려웠을 거란 관측이다.
앞서 정부는 판문점 선언 1주년이었던 지난 2019년, 판문점 남측 회담 장소에서 '평화 퍼포먼스'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엔 제진역에서 통일부와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동해 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열었다.
北, 청년 사상전 연일 강조
"김정은 정권이 두려워하는 건
'자유의 맛' 알아버린 민심 이반"
문 정부를 일방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북한은 판문점 선언 3주년 당일 청년동맹대회를 평양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남북 교류 활성화로 한류가 북한 청년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판문점 선언 3주년과 맞물린 '청년 사상전'은 한국과의 거리두기 의사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평가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 노동당의 외곽 청년조직인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의 제10차 대회를 앞두고 참가자들이 평양에 집결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청년동맹 10차 대회 개최일을 판문점 선언 3주년인 27일로 예고한 바 있다.
최근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척결을 강조해온 북한은 청년 사상투쟁에 유달리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초 제8차 노동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청년동맹을 당의 교대자, 후비대로 억세게 준비시킬 데 대하여 강조"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달 초 당 최말단 책임자들을 평양으로 한데 모은 세포비서대회에서 청년들의 사상통제가 "최중대사"라며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 단장, 언행,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늘 교양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김정은 정권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 주민의 대규모 기아와 아사로 상징되는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아닌 '돈과 자유의 맛'을 알아버린 북한 주민과 기관들의 이반(離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