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정청래 대신 박광온 낙점
與 "나이와 선수 등 관례에 따라 추천"
야당 반발과 민심 이반 등 고려한 듯
정청래 "자리 욕심 탐하지 않겠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법사위원장에 3선의 박광온 의원을 낙점했다. 관례상 다음 순번으로 여겨졌던 정청래 의원을 건너 뛴 셈이다. 당내에서도 강경파로 통하는 정 의원을 사실상 '상원'으로 여겨지는 법사위원장에 앉힐 경우 야권은 물론이고 민심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오전 회의에서 윤호중 원내대표가 박광온 현 민주당 사무총장을 법사위원장으로 추천하겠다고 밝혔다"며 "박 사무총장이 고심 끝에 어젯밤 수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법사위원장 인선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은 정 의원이 먼저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침 일찍 윤호중 원내대표로부터 전화통보를 받았다. 법사위원장에 정청래는 아니라고"라며 "법사위원장을 내가 못할 것도 아니지만 볼썽사납게 자리 욕심을 탐하지는 않겠다"고 적었다.
당초 정치권 안팎에서는 상임위원장 관례에 따라 정 의원을 유력한 법사위원장 후보로 점쳤다. 선수와 나이에서 앞서 있는 박 의원은 현직 사무총장인데다가 상임위원장 경력이 있었고, 이광재 의원은 차기 대선 출마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 다음 순번인 정 의원이 현재 특별한 직책을 맡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이유였다.
정 의원을 제외한 데 대해 민주당은 "당의 관례"를 이유로 들었다. 한 대변인은 "선수와 나이를 고려한다는 당의 관례와 기준에 따라 3선의 박광온 의원에게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4선의 우상호 의원과 우원식 의원의 경우, 이전 원내대표를 지냈고 우원식 의원의 경우 당대표에 출마했기 때문에 제외됐다.
박 의원은 지난해 6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한차례 맡았던 적이 있지만 곧바로 당 사무총장에 임명되어 2개월 밖에 위원장직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을 배려했다. 또 현직 사무총장 신분이지만, 오는 5월 2일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사무총장 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점 역시 고려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이면에는 국민의힘의 반발과 민심 이반을 우려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 의원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등 현안에서 당내 강경 여론을 대변해왔던 인물로, 법사위원장을 맡게 될 경우 야당과의 관계 설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무엇보다 4·7 재보선 참패로 민주당이 심판을 받은 상황에서 강경파 중용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원내대표가 여러 정무적 고려를 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야당 몫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더구나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들은 새 원내지도부 구성 후 민주당과 원구성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