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통틀어 첫 공식 대선 출마 선언
모병제 이어 수익률 7% 국부펀드 제안
"세금 걷어 나눠주는 기존 인식 안 돼"
세대와 정책에서 與 '빅3'와 차별화 시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여야를 통틀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것은 박 의원이 처음이다. 그는 "정치의 세대교체를 선도하고 시대를 교체하는 젊은 대통령이 되겠다"며 경쟁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날 국회 잔디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박 의원은 "지난 10년 동안 낡고 무기력한 정치로 청년 세대가 실망하고 분노하게 만든 책임이 있는 인물과 세력은 새 시대를 이끌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 잔디광장은 대통령 취임 선서가 이뤄지는 장소로 반드시 대선에서 당선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박 의원은 "뻔한 인물이 아닌 새로운 인물, 기성 정치가 아닌 젊은 도전자 박용진이 우리 사회 청년 세대를 대변하고, 젊은 정치 세대를 대표하고자 한다"며 "구시대의 착한 막내가 아니라 새 시대의 다부진 맏형 역할을 하겠다. 낡은 정치의 틀을 부수고 대한민국 정치혁명을 시작하는 선봉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혁신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국민들께서는 입으로만 혁신을 말한다고 보고 계시다. 이래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의 변화를 위한 처절한 몸부림, 쇄신의 결과로 박용진을 내세워 달라. 박용진을 민주당 혁신의 증거로 만들어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국정운영의 방향으로는 '행복국가'를 제시했다. 대한민국은 산업국가 시대를 거쳐 민주국가를 달성했고, 현재는 복지국가를 이뤄가고 있는데 궁극적 방향은 국민의 일상적 행복을 지키는 것이라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주택공급 확대와 주거약자 보호를 위한 국민행복주거 △모병제 전환과 남녀평등복무제를 담은 국민행복병역 △국민 데이터를 활용한 수익창출과 배당이 이뤄지는 국민행복배당 △규제혁신을 통한 창업장려 및 사회안전망을 강화한 국민행복창업 등을 발표했다.
특히 연수익 7% 이상의 국부펀드를 조성해 국민의 자산 형성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박 의원은 캐나다와 노르웨이, 싱가포르의 사례를 들어 "가능한 수익률"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을 포함해 기존 후보들이 내놓은 현금성 지원 방안과 대비되는 내용으로도 강조됐다.
박 의원은 "세금을 많이 걷어서 나눠주는 기존의 인식 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국민의 노력과 노동을 어떻게 저축하고 관리해 미래를 설계하고 자산을 증대할 수 있을지 제도를 설계해 주는 것이 제대로 된 정치고 책임 있는 정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서는 "치열하게 정책 대립과 논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국민과 당원에게 보여야 할 자세"라며 "간보지 마시라. 마음의 각오가 섰으면 말씀하시고, 정책이 세워졌으면 설명하시라. 그래야 국민들도 검증하고 대한민국 미래를 맡길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도발하기도 했다.
최근 당내 쟁점으로 부상한 경선 연기론에는 말을 아꼈다. 박 의원은 "경기규칙은 당 지도부가 정할 일이다. 피파가 경기규칙을 어떻게 정하든 손흥민의 역할을 골을 넣는데 있다"며 "어느 날 어느 때 경선이 치러지는 게 유리한지 주판알 튕기지 않는다. 정해진대로 제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 의원의 출마 선언에는 기동민·김병기·김영호·김원이·김철민·민병덕·박완주·박홍근·송갑석·안규백·우상호·위성곤·이소영·이학영·임호선·천준호·최기상·허영·허종식 등 현역의원 19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도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지방의회 의원 등 수십여 명이 자리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