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 명목 지분 요구 내건 안철수
2달 전 급조 지역 조직 인정 요구도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
"지분 요구 아니라는 것 누가 믿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협상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지분 요구를 하지 않겠다던 국민의당이 '상호 존중'을 명분으로 당명 변경·당내 주요직을 요구하고 나서자 국민의힘 측은 '말장난'이라 비판하면서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당의 합당 논의에 좀처럼 진척이 없는 이유로 국민의힘은 국민의당 측의 과도한 '지분 요구'를, 국민의당은 국민의힘 측 실무협상단의 '권한 부족'을 꼽고 있다.
국민의힘 합당 실무협상단에 따르면 국민의당 측은 당명 변경과 주요 지역 당협위원회 공동위원장 임명,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 공동 임명, 국민의당 출신 지명직 최고위원직, '대통령 후보 선출 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전후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합당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하며 지분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바 있기에 국민의힘은 의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국민의당이 주요 지역 당협위원회 공동위원장 체제를 요구한 데 대해 성토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요구한 지역 또한 서울 강남 권역이 포함되는 등 합당이 성사되더라도 분란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2월 창당 후 1년 넘도록 지역 조직 구성에 손을 놓고 있다가 합당 이야기가 구체화된 시점인 두달 전부터 부랴부랴 급조한 조직을 들고 와 공동위원장 체제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이 전국 조직 구성을 완료하고 일정량의 지분을 요구할 경우 협상 자체가 교착될 가능성이 크다는 당시의 우려가 현실화된 모양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당 부대변인을 지내기도 했던 국민의당 소속 주이삭 서울 서대문구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당에서 지분을 요구한 것이 사실인 모양이다. 우리당 소속이 아닌 일반 시민들 붙잡고 물어보라, 어느 당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지"라며 "감동도 없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멋 없는 정치를 기어이 시전하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주 의원은 "각 지역위원회를 위해 열심히 함께 뛸 당원을 모집하지도 않고 서류와 면접으로 선임한 지역위원장들이 공동위원장이 되면, 지역의 당원들이 따라주는 굉장히 힘 있는 위원장이 되겠는가"라며 "합당을 선언한 당시 없던 지역위원장을 '지분요구용 아니다'라 발뺌하면서 선임해놓고 공동위원장을 요구하는게 지분요구 하는 게 아니라고 하면 누가 믿어주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또 "처음부터 “지분요구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으면 또 모를까, 우리가 스스로 먼저 뱉어놓고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명분이 없는 정치"라 비난했다.
이준석, 안철수에 '톱다운 방식 회동 요구했지만
국민의당 거부…"국민의힘 실무협상단에 권한을"
"결국 합당 무산되는 것 아니냐"…회의론 커져
"국민의당 지도부, 할 생각 없으면 차라리 그만둬야"
국민의당 측은 계속해서 '지분 요구'가 아닌 '상호 존중' 차원의 제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민의당은 더 나은 정권 교체를 위해서 야권을 통합하겠다는 그런 자세로 이 합당에 임하고 있는데 단순히 국민의힘에서는 세 불리기로 인식하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그러한 태도 때문에 사실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좀 힘들고 고민스러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노력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가 "우리가 (합당의) 기본안을 제안했고 국민의힘이 검토된 안을 가져왔는데, 국민의당과 '상호 존중'의 의미가 아니라 국민의힘의 일방적인 힘의 우월관계를 인정하라는 그런 안을 가져왔다"고 한 발언의 취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 거듭 제안한 안철수 대표와의 회동을 통한 '톱다운 방식'의 해결책에 대해서도 권 원내대표는 난색을 표했다.
권 원내대표는 "양당 대표가 만난다 한들 다시 실무협상단에 논의를 해보라고 이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양당 대표가 직접 만날 것이 아니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 실무협상단에 권한과 이임을 충분하게 주고 실무협상단이 실질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되는 그런 단계"라 주장했다.
한편 공전을 거듭하는 논의에 차기 대선을 앞두고 결국 양당의 합당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양당 지도부가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욕심을 내려놓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실무진 선에서 계속적으로 지분을 요구한다면 결국 개인 잇속을 챙기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합당 의사를 밝힌 만큼 잡음 없이 협상에 임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 언급했다.
주이삭 국민의당 서울 서대문구의원도 "이미 실기하고 있지만, 지금이 마지막 결단할 시기라 생각한다. 당 지도부는 하나될 마음으로 당초 뱉은 말과 같이 빠른 합당을 추진하든지, 하나가 될 생각이 없으면 차라리 그만 두든지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 운전대가 좌충우돌하고 있다보니, 다른 대선 후보자 그룹에서 활동하는 당원들도 있는 모양이다. 이런 당원들이 대선과 지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결정할 수 있도록 당 지도부의 한시라도 빠른 책임 있는 판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