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에 ‘가족리스크’ 본격화...여야 악재
野 “민주당식, 저열한 공세 퍼붓지 않겠다”
“아들보다 이재명 본인 대처 방식에 주목”
대선판에 ‘가족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떠오르며 여야 모두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아들 도박 문제’에 대해 무분별한 공세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 후보 ‘아들’보다는 이 후보 ‘본인’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측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에 대해 ‘허위이력 의혹’ 뿐 아니라 ‘줄리’ 등을 거론하며 연일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는 것과 차별화를 두자는 전략이다. 양측 후보에게 서로 가족 리스크가 있는 만큼 각자 공세를 ‘적당한 선에서 멈추자’는 의도 역시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병준·금태섭 “아들 일로 네거티브 공방 크게 안했으면”
김병준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임위원장은 16일 오후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서 이 후보 아들 논란에 대해 “성인 아들이라면 아들 대로 독자성이 있는 것 아닌가. 우리가 이 문제로 네거티브 공방을 너무 크게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정작 문제 삼는 것은 (가족이 아니라) 이재명 후보 본인에 관한 문제로 언행, 폭언, 여러 가지 사건과 관련한 의혹”이라며 “따라서 네거티브로 가면 민주당이나 이재명 후보가 절대 유리하지 않으니 서로 네거티브에 함몰되는 건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로에게 리스크가 있으니, 지나친 네거티브 공방은 자제하자는 주장이다.
민주당 출신 금태섭 국민의힘 선대위 전략기획실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견임을 전제로 “당사자가 관여하지 않은 가족 구성원의 개인 문제를 소재로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들이 정치에 염증을 내는 데는 정치권이 정작 중요한 과제를 외면하고 상대방 가족의 개인사 같은 문제를 놓고 천박한 공방을 벌이는 것도 큰 몫을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김건희 의혹 제기부터
국민의힘 “우린 필요한 검증만”
선대위 내부에선 이 후보 아들에 대한 ‘지나친 인신공격은 자제’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김건희씨에게 공세를 퍼부었던 것처럼 저열한 마녀사냥이나 인격살인 식의 공격은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은 김건희씨에 대해 사실 여부를 떠나 일단 의혹 제기부터 하고보자는 식이었다”며 “일단 이 후보 아들의 도박 문제는 불법인 만큼,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검증을 하겠지만, 지나친 의혹 부풀리기 등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 후보 아들 자체에 대한 공격은 자제하겠지만, 이 후보가 그동안 했던 말들에 비춰 대통령 후보로서 가족에게 생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과정은 지켜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12년 6월 자신의 트위터에 “나라 망할 징조는 도박”이라며 “대한민국은 국가가 나서 경마, 경륜, 경정, 주택복권, 체육복권, 로또 급기야 연금복권으로 노인들 주머니 털기까지…”라며 도박에 대해 비난한 바 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진행된 인터넷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장남의 불법도박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질문에 “형사 처벌 사유가 된다면 당연히 선택의 여지 없이 책임을 져야 한다. 어떤 책임이라도 다 지겠다”고 답했다.
이날 국민의힘이 내놓은 이 후보 아들과 관련한 1건의 논평에서도 아들보다는 이 후보에 대한 공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아들의 불법 ‘상습도박’이라는 중범죄를 이재명 후보는 단순한 ‘카드게임 사이트 유혹’에 빠져 치료대상 쯤으로 치부해 버렸다”며 “이와 같은 이재명 후보의 사과 방식을 보면 지난번 끔찍한 ‘모녀살인사건’을 ‘데이트폭력’ 사건으로 둔갑시켜 사과한 일이 오버랩 된다”고 지적했다.
아들문제 폭발성 ↑...“송곳 검증 필요” 주장도
다만 선대위에서는 이 후보 아들 도박 문제 사태의 심각성이 큰 만큼 송곳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 후보 아들은 도박 문제 뿐 아니라 유사 성행위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마사지 업소를 이용한 정황도 나와 후폭풍이 예고된 상황이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민주당에서는 김건희에 대한 비열한 공세를 계속해 왔다. 이 후보 아들 문제는 오늘에서야 나왔고 국민의힘 검증은 이제 시작인데, 이걸 덮는 것이 말이 되냐”며 “이 후보 아들 문제에 대한 폭발성이 큰 만큼 검증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 김건희 리스크와는 별개로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